기후테크 ‘죽음의 계곡’ 넘을 자금 연결…정책·민간금융 연계 모델 구체화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기후테크 기업이 미래에 만들어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성과’를 미리 평가해 현재의 투자와 금융으로 연결하는 선(先)금융 모델이 본격 논의된다. 기술 개발 이후 실증과 상용화 과정에서 자금이 끊기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기후가치평가를 통해 넘겠다는 구상이다.
SK가 설립한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기후테크 기후가치평가와 선금융 메커니즘’을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 ▲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서울대와 함께 ‘기후테크 기후가치평가와 선금융 메커니즘’을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
이번 포럼은 기후테크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증과 상용화를 거쳐 실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특히 올해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적응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현재의 자금조달과 연결하는 방안에 논의가 집중됐다.
기후테크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의 핵심 수단으로 꼽히지만 기술 개발에서 실증, 상용화까지 오랜 기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기술의 환경적 효과가 초기에 확인되더라도 실제 성과가 축적되기까지 자금 투입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초기·중간 단계의 자금 공백이 사업화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래 기후성과를 현재 시점에서 평가하고 이를 선제적인 자금조달과 연계하는 ‘선금융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핵심은 기후테크가 향후 만들어낼 탄소감축 등 환경적 가치를 객관적인 평가체계로 수치화한 뒤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금융을 기술의 성장 단계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다. 이후 실제 기후성과를 검증해 평가와 투자, 성과관리까지 하나의 구조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정수종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후가치평가가 기술의 환경적 우수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성장단계에 적합한 정책지원과 투자수단을 선택하고 이후 성과를 검증하는 기준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기후에너지환경부 과장은 ‘기후테크육성특별법의 방향과 의미’를 주제로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제도 방향을 소개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기후테크 미래 잠재성과 기반 사전 자금조달 메커니즘, EPC’를 주제로 미래 기후성과와 현재 자금을 연결하는 선금융 모델의 연구 사례를 공개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후성과를 투자로 연결하는 금융계약의 조건’을 주제로 기후가치평가가 실제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반영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제시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연구해 온 ‘EPC(Environmental Progress Credit)’는 미래에 예상되는 기후성과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그 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먼저 공급하는 개념이다.
기존 방식이 기후성과 발생 이후 이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EPC는 미래의 성과를 토대로 개발·실증·상용화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앞당겨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력이 있어도 매출이나 실적이 충분하지 않아 금융권과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기 어려운 초기 기후테크 기업에는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널토론에는 정수종 센터장을 좌장으로 구지선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센터장, 이창선 NICE평가정보 실장, 이상진 현대차정몽구재단 파트장,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팀장, 조재현 SK하이닉스 TL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기후기술 개발과 실증, 상용화 단계에서 실제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평가·투자·정책·산업 측면의 조건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후테크 기업과 연구·금융·투자·공공기관, 산업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앞으로 기후테크육성특별법 등 제도 논의와 연계해 기후가치평가의 실제 적용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기후가치평가의 핵심 기준과 데이터·검증체계를 고도화하고 미래 기후성과를 대상으로 한 선금융 지급·정산 구조, 공공·민간 자금 연계 방안, 기후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적용 조건 등을 검토한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오늘의 투자 결정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면 그 미래에 창출될 가치 역시 투자 전에 측정돼야 한다”며 “기후테크는 사전 기후가치평가를 통해 미래의 기후성과를 현재 자금과 연결하고 기술에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실제 공급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수종 센터장은 “기후가치평가는 유망한 기술을 선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만들어낼 기후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줘 정책과 금융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며 “평가·지원·투자·성과검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체화해 기후테크의 시장 진입과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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