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향 10여발 발사…동시다발 발사로 한미 공중훈련에 반발
공습경보 발령은 백령·대청도 발령 이후 6년 9개월만에 처음
국토부, 동해 일부 항공로 폐쇄…“우회항로 이용해야” 항행안전 주의 당부
尹, 긴급 NSC 주재…합참 “분단후 처음 우리 영해 근접 탄착·용납 불가”
일본,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결코 용인 못해…北에 엄중 항의”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51분께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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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던 까닭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공습경보는 오전 8시 54분께 항공우주작전본부로부터 요청을 받았고 8시 55분께 발령했다.
2016년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백령도와 대청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이후 약 6년9개월만에 첫 공습경보이다. 울릉도에 공습경보나 경계경보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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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일 오전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던 까닭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경북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사진은 오전 10시 50분께 울릉군청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 모습. [울릉군청 제공=연합뉴스] |
국토교통부는 북한의 동해상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일부 항공로를 이날 오전 10시 58분부터 3일 오전 11시 5분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폐쇄하는 항공로 중 북한을 경유하는 항공로(B467)를 사용하는 항공사는 없지만, 일본을 경유하는 항공로(L512)는 일평균 33대가 사용하고 있어 우회가 불가피하다.
그간 북한이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으나 탄도미사일을 NLL 이남으로 발사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NLL 이남 미사일 도발은 접적지역 군사 충돌을 방지하자는 9·19 남북군사합의 취지에 위배된다. 의도적으로 남쪽으로 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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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일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간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으나 탄도미사일은 처음이다. [그래픽=연합뉴스] |
북한이 우리 영해 근처로 쏜 미사일은 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에 떨어졌다. 공해상이기는 하지만 영해가 기준선에서 12해리(약 22km)임을 고려하면 영해에 대단히 근접해 탄착한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날 NLL을 넘어온 1발 등 SRBM 3발을 포함해 최소 10발 이상의 다종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이날 서쪽과 동쪽 지역에서 발사했다. 서쪽에서는 NLL을 넘어 낙탄된 미사일은 없었다.
함참은 이들 미사일이 발사 시간과 장소 역시 다양하게 분포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올해 6월 5일 SRBM 8발을 섞어서 쏜 적이 있었고 10발 이상은 올해 최대 규모다. 다종의 미사일을 섞어 쏘면 요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합참은 ‘군 입장’을 통해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 근접에 떨어진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 SRBM의 정확한 사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군은 “북한의 도발 행위를 결코 묵과할 수 없으며,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울릉도 주민을 포함한 국민 안전을 위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 도발에 비례해 대응했다. 합참은 "공군 F-15K,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 해상에 정밀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격은 오전 11시 10분부터 낮 12시 21분께까지 이뤄졌으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슬램-ER(SLAM-ER) 등을 발사했다.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한 슬램-ER은 기존 슬램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형으로, 우리 군 주력 전투기 F-15K에 장착하며 사거리는 28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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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공군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을 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한 미군 F-35B 편대가 군산기지에 착륙해 주기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공군 제공=연합뉴스] |
한미는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F-35A,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24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진행하고 있어서 북한은 이를 빌미로 도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SSN-722·6천t급)은 부산항으로 입항한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감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합참의장의 보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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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에 의한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우리 사회와 한미동맹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 주재 NSC가 열린 것은 지난 5월 2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두 번째다.
일본 정부도 동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조금 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 안전 확인 등의 지시를 내렸다”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빈도로 미사일 발사가 반복되고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적어도 2발이며,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에도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며 도발을 집요하고 일방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와 지역,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주중 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2일 오전 8시 50분께 북한 동안(東岸) 인근에서 탄도미사일 최소 2발이 동쪽과 남동쪽으로 각각 발사됐다”며 “이 중 첫 번째는 최고고도가 150km 정도, 비행거리는 약 150km였고, 두 번째는 최고고도가 100km 정도, 비행거리는 약 200km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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