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⑨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질병 예방

오혜미 / 기사승인 : 2021-08-06 19: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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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날씨가 모두를 지치게 하는 요즘이다. 이러한 날씨에 야외 작업 등을 하는 근로자들은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6~8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재해자는 총 156명으로 이 중 사망자도 26명이나 된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될 때 발생하는 열사병의 경우, 간, 신장 등의 장기 손상이 함께 진행될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없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한 무더위로 인한 체온 상승은 혈압의 변화를 초래하여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폭염으로 인한 업무상 질병 인정 사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에 의하면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업무로 발생한 일사병 또는 열사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다. 뇌심혈관계 질환은 폭염이라는 요인 외에도 업무시간 및 업무량, 휴무시간, 그 밖에 해당 근로자의 개인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여름철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발생 전일과 당일 최고기온이 31.6도, 32.5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였던 점, 망인이 철근 구조물 안에서 작업하여 체감온도는 관측온도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인정하여 해당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판결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14구합12017 판결).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로 망인은 사망 당일 오전 동료에게 속이 메스껍다고 얘기하였고, 차량을 운전하다 갑자기 정차한 뒤 내려서 구토를 했다. 이후 망인은 누워서 쉬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에 이르렀다.

망인에게 나타났던 구역, 구토, 어지럼증 등은 열사병의 전형적 증상이다. 이 경우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옷을 벗겨 몸에 물을 뿌리는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동시에 119 신고, 병원 이송 등으로 적절한 의료행위를 받게 해야 한다.

무더위 ‘물, 그늘, 휴식’ 제공은 사업주의 의무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3대 수칙은 ‘물, 그늘, 휴식’이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보건조치)에 따라 폭염 시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데, 구체적 내용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휴식 등), 제567조(휴게시설의 설치), 제571조(소금과 음료수 등의 비치)에서 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위와 같은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만약 해당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9년 폭염경보가 발효된 날 옥외 작업 중 근로자가 쓰러져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지 아니한 점’ 등을 범죄사실로 하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판결한 바 있다(대구지방법원 2019고단3023 판결).

각 사업장 실정에 맞는 여름철 보건관리 필요

고용동부는 9월 초까지를 ‘폭염 재해 예방 집중 지도·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열사병 예방을 위한 사업주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근무 장소 조정, ▲ 매 시간 마다 10분에서 15분 간 휴식 시간 제공, ▲ 온열질환 민감 근로자 사전 확인 등을 권고한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에서도 실정에 맞게 내부 보건관리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무더위 시간대에는 실내에서 안전보건교육을 하거나 경미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일정한 실외 온도 이상에서는 2인 1조로 야외 작업을 하거나 안내 방송 등으로 매 휴식 시간을 알려 근로자들을 쉴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이 있다.

여름철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 실내 사무직의 경우에도 생산성이 9%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야외 작업자의 경우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집중력 저하 등으로 안전사고의 빈도도 증가할 수 있다. 모쪼록 사업주의 적극적인 사전 조치로 무더위 속에서도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 환경이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오혜미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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