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이집트와 2조원대 '역대 최대' 수출 성사 'K-방산 경쟁력' 재확인...아프리카 첫 진출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1 23: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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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수출 금액의 2배 수준…UAE와 ‘천궁-Ⅱ’ 이어 또 ‘K-방산’ 쾌거
수출 타진 10여년 만에 범정부 협업 성과…한국 포함 운용국 9개국으로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종 계약에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결론이 미뤄졌던 국산 K-9 자주포의 2조원대 이집트 수출이 마침내 성사되면서 ‘K-방산’이 또 한번의 쾌거를 이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1일(현지시간)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현지 포병회관에서 이집트 국방부와 양국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9 자주포 수출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지난달 호주와 체결한 K-9 자주포 수출금액(1조원대)의 약 2배 수준인 2조원 이상으로, K-9 자주포 수출 사상 역대 최다 규모라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 1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포병회관에서 열린 K-9 자주포 수출계약식에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왼쪽 아래)와 이집트 국방부 전력국장(오른쪽 두 번째)이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로써 10여 년이 넘는 장기간 협상을 통해 결실을 거두게 됐고, K-9 자주포 수출국은 8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지역 첫 진출이라는 또 다른 성과도 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운용국이 이집트까지 9개국으로 증가하면서 ‘명품 무기체계'라는 기술력도 인정받게 돼 향후 다른 국가로의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결실까지는 지난해부터 청와대 안보실을 ’콘트롤 타워‘로 범정부 협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작년 8월 이집트 방문 계기 엘시시 대통령을 예방하고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설명했고, 강은호 방사청장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은 ’팀(Team) 코리아‘의 현장 수행기관으로서 양국 정부기관과 관련기업과의 긴밀한 정보공유는 물론 이집트 핵심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관련 동향 파악, 고위인사 교류, 협상 진행 등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후 작년 11월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1)를 계기로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달 19∼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 기간 최종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순방 기간 최종 계약에 이르진 못했다.

우리 군이 2000년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인 K-9 자주포는 ‘K-방산’의 대표적 명품으로 꼽힌다.

▲ K-9 자주포 제원. [그래픽=연합뉴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가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고 기술의 자주포로, 구경 155㎜에 포신은 52구경장(약 8m)이며 사거리는 40㎞에 달한다.

1분당 6발을 쏠 수 있으며, 급작 사격시 15초 이내 3발 발사가 가능하고, 지속 사격 시 1시간 동안 분당 2~3발을 발사할 수 있다. 최대속력도 시속 67㎞를 넘어 압도적인 화력과 높은 기동성·생존성을 자랑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1700여문이 운용되고 있다. 지난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에 600여 문이 수출됐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호주와 1조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와의 계약은 K-9 자주포의 7번째 수출국이자,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에 대한 첫 수출 성과로 기록됐다.

한화디펜스는 앞으로 호주 육군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공급하게 되고,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자주포 생산시설을 건립해 현지에서 자주포 생산과 납품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K-방산’은 수출 역사를 다시 쓰는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지난 16일 두바이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의 회담 계기에 U AE 측과 4조원 대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Ⅱ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로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다. 그런 만큼 국산 무기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 기간 중(1월 15일~22일) 추가적인 성과가 기대됐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와의 방산 수출 논의가 끝을 맺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이집트와는 K-9 자주포 수출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음에도 정상회담 시점까지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이후에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 지난달 20일 정상회담 후 공식오찬에서 각각 방사청장과 방산물자부 장관을 불러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하라”며 추가 협의를 지시하는 등 막판까지 계약 체결에 공을 들였다.

그 이튿날 강은호 방위청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이집트 간 확대 정상회담 당시 “K9 자주포 협력사업은 이집트 전력 증강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 등을 통한 양국 간에 서로 윈-윈하는 협력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것에 양국 정상께서 같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양국 정상은 강 청장과 모르시 방산물자부 장관에게 협상을 하라고 지침을 줬고, 그 이후에 문 대통령은 강 청장에게 “순방 기간 중에 순방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에 임해서 양국 간에 건전한 발전, 관계가 더 중요하니 무리하지 말고 차분하게 협상에 임하라”는 지침을 줬다고 강 청장은 전했다.

당시 강 청장은 “그래서 어제(20일) 오후부터 방사청 직원들과 한화디펜스 주요 임원들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모르시 장관과 이집트 측 협상 대상자들이 같이 모여서 늦은 시간까지 협상을 진행했고, 지금 현재 정확한 상태를 말씀드리면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많은 부분에 대해서 작년 1년간 논의했던 것보다 어제 저녁부터 논의했던 내용들의 발전이 양국이 훨씬 더 급속하게 합의에 이르는 부분이 많이 있음을 말씀드린다”며 적잖은 진척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이집트에서 원하는 부분 관련 논의하고자 하는 부분 관련해서 아침에 나름대로 생각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해서 선택토록 제안했는데, 아마 판단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강 청장은 이어 “아직 이집트 측에서 대안을 선택하는 것 관련 답이 없는 상태이고, 만약에 답이 온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옵션을 거쳐서 온다면 저희들도 거기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게 현재 정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막판 협상에서 양측 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한국과 이집트 양국 정상회담 후 10여일 만에 극적인 타결에 이른 것이다. 우리 측이 선택한 옵션과 관련해 이집트 측의 검토와 답변, 이후 최종 조율 등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문 대통령 귀국 후에도 업체 및 정부 대표단 중 일부가 현지에 남아 협상을 지속했으며, 우리 측에서 추가 양보없이 제시한 최종안을 이집트 측에서 수용해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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