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R의 공포' 글로벌 강타, 경기침체 전조인가 일시적 왜곡인가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8-16 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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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인한 ‘R(경기침체)의 공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R의 공포’에 대한 우려로 800.49포인트(3.05%)나 급락했다. 올해 들어 하루 최대 낙폭이었다.


지난 5일 767.27포인트(2.90%) 떨어지면서 ‘연중 최대폭’ 하락을 기록한지 7거래일 만에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시장 흐름을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85.72포인트(2.93%) 내린 2840.60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42.42포인트(3.02%) 떨어진 7773.94에 장을 마쳤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압박 수위를 한 단계 낮추면서 조성되는 듯하던 훈풍은 하루 만에 온 데 간 데 없이 식고 말았다.


15일은 광복절이어서 우리나라 증시가 열리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주가지수의 보폭이 예상외로 증폭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채권시장발 ‘침체 경고음’으로 투자심리가 바짝 얼어붙었다고 해석했다.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3대 지수의 급락은 아시아와 유럽의 성장엔진 격인 중국과 독일의 지표가 나란히 부진하게 나온데 이어, 이것이 진원지가 되어 뉴욕 채권시장을 뒤흔든데 이어 나왔다.


독일 경제는 지난 2분기 0.1% 마이너스 성장했고, 미·중 무역전쟁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4.8% 증가에 그쳐 17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추세 속에 미국 장기 국채의 수익률(금리)이 급락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1.623%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미국채 금리(1.634%)를 밑돌았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0.01%포인트 역전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초장기물인 30년물 채권가격도 초강세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장중 2.01% 선까지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 비관론 속에 장기물에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채권값이 치솟았다는 뜻이다.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쓰는 만큼 단기채보다 제시하는 수익률(금리)이 높은 게 일반적이다. 이런 원칙을 거스르는 현상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다.


특히 '벤치마크'인 10년물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의 금리 격차는 채권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표다. 올해 초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이날 시장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후퇴’를 말하는 ‘리세션(recession)’은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국민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하락할 때를 가리킨다. 원론적으로는 높은 실업률, 임금의 정체, 소매 판매 감소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불황이다.


따라서 당장의 금리역전 현상이 경기침체를 예고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난 이후 경기침체가 닥친 경우가 많아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CNBC방송은 2년-10년물 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6월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당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나서 1년여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10년물 금리 역전은 지난 1978년 이후로 모두 5차례 발생했고,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블룸버그 통신,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에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의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 장중 한때 1.47%까지 떨어지며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1.5% 아래까지 하락했다. 미국 국채 30년물의 금리도 한때 사상 최저인 1.941%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하락세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의 악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로고. [사진= EPA/연합뉴스]


RBC 웰스매니지먼트의 금리 전략가인 톰 개럿슨은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이날 1.5%대를 회복하긴 했으나 나중에 사상 최저치인 1.32%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현재 미국 국채 10년물과 30년물의 금리는 각각 1.527%, 1.977%에 형성되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501%로 10년물 금리 1.527%보다는 낮지만, 상당히 축소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15일(현지시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13% 하락한 7067.01로 마감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0.70% 떨어진 1만1412.67로 장을 끝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7% 하락한 5236.93을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스톡스(Stoxx) 50 지수 역시 전 거래일 종가보다 0.18% 하락한 3,282.78로 장을 마쳤다.


이번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빚은 ‘R의 공포’가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깊은 경기침체의 ‘전조증상’일까, 아니면 일각에서 말하듯,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푼 데 따른 ‘일시적인 왜곡현상’일까?


어쨌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긴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마저 휘청거리며 세계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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