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대 교황으로 8년간 재임하다 2013년 종신직에서 자진 사임
‘정통교리 강조’ 보수주의 신학자…김수환 추기경과는 스승으로 특별한 인연
韓천주교 애도 “한민족 일치 위한 기도 감사"…바티칸 장례미사 참석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현지시간) 95세로 선종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 34분에 바티칸 의 마터 에클레시아 수도원에서 돌아가셨다고 슬픔 속에 알린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신자들이 작별 인사를 전할 수 있도록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이 1월 2일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공개 안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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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주창하면서도 전통적으로 종신직이던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역대 두 번째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가 3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선종했다. [EPA=연합뉴스] |
장례식은 1월 5일 오전 9시 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식을 집전한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고령으로 인한 건강상태 악화로 위독하다는 소식은 며칠 전부터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8일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매우 아프다”며 신자들에게 기도를 호소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이후 이틀간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건강을 되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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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AP 연합뉴스] |
전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주교회의)는 이날 의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로 배포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을 애도하며’라는 글에서 “한국의 주교들과 모든 신자들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교황을 높여 이르는 말)께서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추모했다.
주교회의는 “2013년 성하께서는 오랜 숙고와 성찰 끝에 당신의 베드로 직무를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신 다음, 천상 본향(하늘나라)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지상 순례의 모범을 온 세계에 보여 주셨다”고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가 약 8년에 걸친 재임 중 한민족의 일치와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사도좌 정기 방문 때에는 보편 교회를 위한 한국인 선교사들과 평신도들의 헌신을 치하하시며 격려해 주셨음을 기억하며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국 천주교는 염수정 추기경과 이 의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오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장례 미사에 파견한다.
주한교황대사관에는 2일 공식 분향소가 설치된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인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각 교구에도 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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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발자취. [그래픽=연합뉴스] |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신학자로서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다.
당시 나이가 78세로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의 최고령 교황이자, 역사상 여덟 번째 독일인 교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즉위 이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문제로 더는 베드로의 직무를 수행할 힘이 없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의 일이어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교황직을 내려놓은 뒤 스스로 ‘명예 교황’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후임 교황에게 무조건 순명하겠다고 언약하기도 한 그는 사임 이후 모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시국 내 한 수도원에서 지내며 연구 및 저술 활동에 몰두해왔다.
베네딕토 16세는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서 세속주의에 맞서 가톨릭의 전통과 교리를 지키는 데 힘썼고 가톨릭교회를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논란과 반발을 낳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해 “본질적인 도덕적 악”이라고 규정하는 등 타협을 거부하는 강고한 보수적 발언과 행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비교해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 않았다.
특히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가톨릭 주교를 복귀시킨 일은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다. 이 논란은 베네딕토 16세가 독일인이고, 젊은 시절 나치의 청년조직인 히틀러 유겐트 단원이었다는 점과 결부되며 더 커졌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뮌스터대에 교수로 발령받아 교회 쇄신에 관한 강의를 개설했을 때 수강생 중 한 명이 김수환 학생신부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후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미사 때 추기경단 대표로 순명 서약을 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베네딕토 16세는 2006년 2월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분단국인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컸던 교황이었다. 2006년 11월에는 평화로운 수단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했고, 2007년 2월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접견한 후에는 친서를 통해 남북 이산가족 재결합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09년 7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 “과거 분단국 출신인 베네딕토 16세가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희망한다”며 방한을 초청하기도 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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