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무대에서 영화 촬영장까지, 프랑스 영화계가 주목한 신예 '은유'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한국 호러 스릴러물의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다. ‘무수단’을 연출한 구모 감독과 ‘곤지암’에서 촬영을 맡은 윤종호 감독 등 호러 스릴러의 장인들이 모여 올해 상반기 크랭크인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이들이 제작할 영화는 이미 투자 등이 결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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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호러물 크랭크인을 앞두고 배역 연기지도 중인 구모 감독(오른쪽)과 신인배우 은유. [사진=메가경제, 오석진 작가] |
에콜 드 헤브는 제작될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설립된 연기아카데미이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연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 배역에 맞는 맞춤형 연기지도를 제공한다. 이는 배우들이 영화 속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6일 메가경제가 서울 중랑구 소재 ‘에꼴 드 헤브’를 찾았을 때도 곧 촬영에 투입될 예비 배우 ‘은유’양의 개별 맞춤형 연기지도가 한창이었다.
실전 촬영 중심의 프랑스식 티칭 커리큘럼을 모토로 하는 연기 아카데미 ‘에꼴드헤브’, 대표인 구모 감독은 영화·예술 명문 ‘파리 제8대학’ 석사 출신이다. 1998년 ‘가장 아름다운 날’(Le jour le plus beau)로 워털루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고, OCN의 3인3색 감독전에서 TV영화 ‘동거동락’, 영화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 ‘은지: 돌이킬 수 없는 그녀’ 등을 극본 및 연출했다. 드라마 메인작가로서도 OCN 10부작인 ‘서치’ 등을 집필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무수단’은 흥행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지아 김병철 김동영, 김민준, 서현우 등 ‘펜트하우스’, ‘닥터 차정숙’ 등 각종 드라마 영화 등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스타들의 산실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구모 감독은 “‘무수단’은 배우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출연 배우들의 캐릭터 특징을 살리고, 작품의 주제와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게 다양한 지도와 토론를 나눴고, 그에 맞는 연기를 새롭게 창조하는 과정 속에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 에꼴 드 헤브, 실전 촬영 중심 교육으로 잠재력을 끌어내다
‘에꼴 드 헤브’는 이처럼 배우들이 영화현장에 들어가기 전 교육하고 완벽한 연기를 이끌어내는 프랑스 영화학교를 모티브로 한다. 프랑스식 영화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것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영화의 역사, 이론, 기법 등을 배우는 동시에,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연출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학생들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영화 제작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식 영화교육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교육 시스템이며 프랑스를 세계적인 영화 강국으로 만든 힘이다. 프랑스식 영화교육을 표방하는 만큼 ‘에꼴 드 헤브’ 안에는 연기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팀이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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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물은 한 컷에 다양한 감정선을 담아내야 한다. 프랑스 영화제작자 에흐베 라 메르는 신작 호러물에 출연할 신인 배우 은유의 연기에 대해 "10초 분량의 한 커트에서 표정이 세 번 변하는 연기는 압권"이라고 극찬했다. [사진=메가경제, 오석진 작가] |
이날 촬영장에 선 은유 양은 이화여대에서 발레를 전공한 재원으로, ‘에꼴 드 헤브’가 기대하는 20대 초반의 예비 배우이다. 그녀의 눈빛에는 꿈을 향한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담겨 있다. 은유는 어릴 때부터 발레에 재능을 보였고,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우연히 본 영화를 계기로 연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이곳에서 실제 영화 투입을 위한 실전 연기를 배운 날 충격에 빠질 정도였다. 마치 인턴이 대학 때 갖가지 실무를 익혔다고 믿고, 첫 출근 시점부터 자괴감에 빠지는 심정과도 같았다.”
실전형 연기지도를 처음 접한 은유 양의 소회였다. 배우 지망생들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틀에 짜여진 입시 티칭 등 매너리즘 적인 학습을 받는 경우가 있다. 에꼴 드 헤브는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위해 연습생을 발굴하고 몇 년을 육성하는 것처럼, 완성도 있는 영화를 위해 영화 촬영장과 연기 아카데미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과정에 거칠지만, 가능성 있는 도화지처럼 그리기 쉬운 배우들을 발굴해 기회를 주며 같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 앙상블 작업의 취지도 에꼴드헤브에는 담겨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 2024년 영화 제작 일정을 정하고 배우 모집을 위한 공고를 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단 3일만에 2038명의 접수자가 몰린 것이다. 이중에는 유명 아이돌들도 있었다. 에꼴드헤브는 엄중한 심사를 통해 9명을 선발했다.
◆ 한국 공포 스릴러의 미래를 엿보다: 에꼴 드 헤브와 은유의 도전
은유는 이렇게 선발된 기대주 중 한 명이다. 구모 감독 등은 이 어린 배우 지망생의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영화 촬영 현장과 똑같은 연기지도 현장과 가르침은 은유의 발전에 큰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발레 무대에서 쌓은 경험은 은유에게 기본기를 마련해줬다. 그녀는 몸짓 하나하나에 감각을 갖고 있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여준다. 발레 무대에서 얻은 끈기와 강인함은 연기 연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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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꼴 드 헤브는 프랑스식 제작현장을 도입하며, 영화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오석진 작가] |
‘에꼴 드 헤브’는 프랑스 영화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있다. 구모 감독은 매달 은유의 연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프랑스 영화 제작사들에게 보내 조언을 구했다.
처음은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던 프랑스 영화 제작사들이었다. 그러나 거듭된 그녀의 발전에 프랑스 영화 제작사 고눌의 대표 에흐베 라 메르는 “코믹, 스릴러, 정극 드라마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특히 10초 분량의 한 커트에서 표정이 세 번 변하는 연기는 압권이었다. 아직은 거칠지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좋은 원석의 배우라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의 데뷔작은 폐쇄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 스릴러 영화로, 극한의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구모 감독은 “은유는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신예이지만, 다양한 스펙트럼과 연기력으로 프랑스 영화계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우리가 제작에 들어갈 영화에서 매력을 선보일 것이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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