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우군은 적? 디즈니와 드림웍스-LGU+와 CJ의 기묘한 악연

박종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9 09: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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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콘텐츠 소비, 선택권 늘어난 이용자는 좋지만 기업들은 울상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는 게 비즈니스의 세계. 하지만 콘텐츠기업과 플랫폼기업의 힘겨루기 와중에 묘하게 엮인 인연이 눈에 띈다.

KT, SK브로드밴드, LGU+ 등 IPTV 3사가 CJ ENM과 벌이고 있는 콘텐츠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 비교해 자사 콘텐츠의 제값 받기를 주장하고 있으며, 반면 통신사들은 이는 과도한 요구라는 반박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사진 = CJ ENM 제공)

 

CJ ENM과 LGU+의 갈등은 이미 폭발했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12일 오전 0시 기준으로 U+모바일tv에선 tvN, tvN 스토리, O tvn,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등 CJ ENM 10개 채널이 송출 중단됐다.

양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모양새다. 적정 가격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는 과정을 두고 서로 말이 다르다. 양사는 상대를 '갑질'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본질적으로 업계서 자신들이 우위에 서려는 '갑질' 싸움인 건 맞다.

TV를 보는 '습관'이 달라졌다

애초에 이 사달이 벌어진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 떠올리면 촌스럽고, 제한적인 표현 같지만, 한때 '정보의 바다'라고 불렸던 인터넷의 보급은 여가생활을 바꿨다.

TV 앞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극장을 찾는 이들의 '선택권'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과거 제한적이었다. 채널을 돌리고, 상영관을 찾아 헤메는 수준.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망이 본격 보급되며 텍스트나 이미지 정보 중심의 '정보의 바다'였던 인터넷은 상전벽해가 됐다.

1997년 설립돼 비디오와 DVD 대여 서비스를 하던 넷플릭스는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2005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코끼리 앞에서 '코끼리는 코가 길어 멋있다'는 쓰잘 데 없는 18초 동영상이 업로드된 유튜브가 10대들이 가장 동경하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줄 누가 알았을까.

기술의 발전은 단어의 의미도 바꿨다. 인터넷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리키는 OTT는 원래 오버-더-톱, 즉 TV 위 셋톱박스를 말하는 거였다. 소수, 공중파 채널 외에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바야흐로 OTT의 시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펴낸 'OTT 유·무료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선 시민 1만302명 대상 한국미디어패널 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응답자 72.2%, 7434명이 최근 3개월간 OTT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2020년만 해도 41%에 불과했다.

2·30대는 특히 95% 안팎이었고, 10대와 40대도 85% 안팎의 이용률이다. 50대도 75.2%, 60대도 48.3%에 달한다.

다른 곳보다 먼저 '제값'에 대한 갈등이 폭발한 CJ ENM과 LGU+ 간 사례에서도 거론되는 지점은 이 'OTT'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

오버-더-톱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라면 LGU+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문제가 된 서비스는 U+모바일tv, 즉 지금까지 IPTV의 부가서비스 정도로 여겨졌던 섹터다.

별도로 값을 매기는 게 아니라 IPTV 콘텐츠 사용료에 일정 액수를 얹어주는 식의 두루뭉술한 정산구조였다.

그런데 CJ ENM은 U+모바일tv가 별도 요금체계와 가입경로를 갖췄기 때문에 OTT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들과 비교하며 자사 콘텐츠가 합당한 대가를 받길 원하고 있다.



디즈니에 손 내미는 LGU+, 디즈니 대항마 드림웍스의 초기 투자자 CJ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불리기도 하는 또 하나의 글로벌 OTT 공룡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IPTV와 모바일 부문 제휴 사업자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각 사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국내 기업 중 하나가 LGU+다.

2018년 11월 공식 명칭과 로고가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는 기존 디즈니 영화와 함께,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정식 론칭 하루 만에 구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21년 3월 론칭 16개월 만에 1억명을 넘어섰다.

2025년 예상되는 가입자 수는 2억명. 같은 시기 넷플릭스는 2억5000만명 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대항마'로서 충분하다.

이들의 강점은 다른 무엇보다 전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자체 콘텐츠다.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비롯한 디즈니 애니매이션은 한떄 경쟁자였던 픽사를 인수해 '콘크리트 팬덤'을 강화했다.

스타워즈, 캐리비안의 해적, 마블 히어로, 심슨 가족,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대부분 충성도 높은 골수 팬을 거느린 콘텐츠들이다.

디즈니의 원래 출발이었던 애니매이션 부문을 보면, 지금처럼 OTT가 시장을 주름잡기 이전, 극장용 애니매이션 시장에서 사사건건 디즈니와 대립각을 세웠던 것은 드림웍스다.

그도 그럴 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2004년 제프리 카첸버그를 CEO로 드림웍스서 독립해 나왔다.

대학 중퇴생으로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우편 보조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7년 만에 제작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이후 디즈니로 자리를 옮겨 디즈니 르네상스를 연다. 당시 흥행작들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하지만 1994년 CEO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 결국 퇴출된다.

디즈니에 이를 간 그가 영화와 음반 부문 대가인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설립한 게 드림웍스다. 설립 후 4년 만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흥행에 성공하고, 애니매이션도 이집트 왕자, 개미 등도 성공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전 직장인 디즈니에 한 방 먹인 것은 2001년 슈렉 시리즈다.

2004년 드림웍스 애니매이션 독립 후 선보인 슈렉2는 글로벌 9억달러의 흥행 기록을 남긴다. 4편까지 나온 슈렉 시리즈의 전 세계 수익은 29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드림웍스가 주춤한 사이, 디즈니는 회심의 반격을 준비한다. 2014년 초 거리에 온통 '렛잇고'만 들리게 만들었던 겨울왕국이다. 두 편의 애니매이션은 전 세계 27억6700만달러 수익을 올린다.

드림웍스 애니매이션은 2014년 겨울왕국이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흥행이 눈부시다. 극장용 장편 애니매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갖고 있던 디즈니의 라이온 킹은 슈렉을 만나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했다.

슈렉은 슈렉이 잡는다. 속편이 다시 레코드를 갈아치웠다. 슈렉2의 기록은 마찬가지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가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 역시 쿵푸팬더2가 갱신했다. 쿵푸팬더 세 편의 글로벌 수익은 18억14000만달러 수준.

유별난 충성도 때문에 콘크리트라고 놀림감이 되는 픽사의 팬덤도 국내선 100만 관객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디즈니는 이보다 더 낮았다.

하지만 2011년 개봉한 쿵푸팬더2는 국내 506만 관객이 들었다.

이런 배경엔 CJ와 드림웍스의 오랜 협력관계가 있다.

1995년 당시 제일제당 상무였던 이재현 CJ회장은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당시 이사와 함께 LA로 가 드림웍스에 투자를 결정한다. 제일제당은 3억달러, 35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해 드림웍스의 주요 파트너가 된다. 당시 제일제당의 연매출 20%가 넘는 규모.

식품회사로만 알려진 CJ가 사업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후의 과정은 잘 알려진 것처럼 수직계열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멀티플렉스로 관람 문화를 바꾸며, 콘텐츠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이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멀티플렉스 분야에 진출했던 경쟁자들이 주춤할 동안, CJ는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협력사인 드림웍스의 콘텐츠는 계속 걸려있었다. 2021년 상황과는 반대로, CJ가 플랫폼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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