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리더십 부재·지도부 내홍 속 참패...최소한 견제 불씨 살려
광역단체장 선거, 국민의힘 12곳 ‘압승’...민주, 경기 등 5곳에 그쳐
국민의힘. 수도권 2곳 서울·인천 승리...‘트리플 크라운’은 실패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개표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누르고 벼랑끝에서 당선됐다.
김동연 후보는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종 개표 결과, 총투표수 582만594표 중 49.06%(282만7572표)의 득표율로 김은혜 후보(48.91%, 281만8666표)에게 0.15%(8906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의 개표상황은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 때부터 말그대로 피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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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
전국에서 확진자 투표까지 마감된 1일 오후 7시30분, 지상파 3사는 ‘김은혜 후보 49.4%-김동연 후보 48.8%’, JTBC는 ‘김은혜 후보 49.6%-김동연 후보 48.5%’ 득표율의 출구조사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두 출구조사 모두 김동연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김은혜 후보에게 뒤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초접전 예측에도 불구하고 김은혜 후보의 리드는 개표 시작 9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개표 시작 이후부터 2일 오전 0시 30분께까지 김은혜 후보의 득표율이 2%포인트가량 앞서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오전 1시께부터 격차가 1.4%포인트 차로 줄더니 이후부터 조금씩 득표 차이가 더 좁혀드는 양상이 펼쳐졌다.
앞서 오전 2시 34분께 MBC의 개표 중계에서 김은혜 후보 사진 옆에 ‘유력’ 문구가 나타나자 캠프에 있던 지지자 50여 명이 일제히 환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4시를 전후해 표 차가 급격히 줄기 시작하며 김은혜 후보 캠프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후 오전 5시 20분 0.1%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져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전개됐다. 마침내 5시 32분께 처음으로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역전했다. 두 후보의 캠프에서는 출구조사 때 나타났던 ‘환호’와 ‘탄식’의 희비가 정반대로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패색이 짙던 김동연 후보가 막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김 후보에 대한 지지표가 많았던 일부 지역의 개표가 뒤늦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가 많은 부천과 화성, 의정부 등의 개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디게 진행됐다. 부천과 화성은 경기도 내에서 유권자들의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으로 꼽히고, 의정부도 더불어민주당 안병용 시장이 내리 3선을 한 진보 강세 지역이다.
이후 점수 차가 오르락 내리락하긴 했지만 김동연 후보의 리드는 끝까지 유지됐다.
애초 김 후보 상황실은 김 후보가 낙선하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면서 한동안 텅 비다시피 했다. 하지만 2일 새벽 들어 두 후보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자 수원시 인계동의 김동연 후보 선대위 상황실에는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 후보가 격차를 좁혀나갈 때마다 득표 수 차를 외치며 환호했다.
마침내 역전 상황이 벌어진 뒤 5시40분께 김동연 후보가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오전 6시 50분께 표 차가 8천표 이상 나자 수원시 장안구 선거캠프를 찾아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으로 승리 못 했다”며 패배를 인정하고 자리를 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리에서 무표정한 자세로 개표방송을 묵묵히 지켜보던 김동연 후보는 오전 7시10분께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관계자들에게 인사한 뒤 당선 소감을 밝혔다. 99.5% 개표상황에 8천여표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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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보도진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
김동연 후보는 “오늘의 승리는 제 개인의 승리가 아니고 변화를 바라는 도민, 국민 여러분의 간절함과 열망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경기도와 도민의 발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김 후보는 “민주당의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도민과 국민께서 민주당 변화를 위한 씨앗을, 또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저에게 이런 영광을 주신 것 같다.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 또 그 씨앗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김 후보는 대역전극을 가능하게 한 도민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 약속한 것 실천으로 옮기겠다. 빈말 안 하겠다. 행동으로 일과 성과로 보여드리겠다. 그동안 쌓아온 저의 역량과 모든 경험을 도와 도민을 위해 쏟아붓겠다. 많이 소통하겠다. 겸허히 말씀 듣고 자세 낮추고 겸손히 일을 추진하겠다”며 “일과 성과로 제가 한 말과 약속을 차곡차곡 실천에 옮기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17개 광역자치단체장 17곳 기준으로 민주당은 텃밭인 광주, 전남, 전북에다 탈환한 제주까지 단 5곳의 단체장만을 당선시키는데 그쳤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14대 3’(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된 제주도 포함)의 성적으로 압승한지 불과 4년만에 국민의힘에게 모두 12곳의 단체장을 내주며 민심의 냉험한 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으로선 대선에 이은 2연패이자 지난해 4·7 재보선까지 하면 3연패다.
‘대선 연장전’이라 불려온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정권 견제론’을 주장하며 ‘정국 안정론’을 앞세운 국민의힘의 기세와 맞섰으나, 윤석열 정부의 컨벤션 효과로 그렇지 않아도 힘들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지도부 간 내홍까지 표출하는등 잇단 헛발질로 4년 만에 지방권력을 내놓으며 참패를 맛보게 됐다.
이런 당내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동연 후보는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안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을 상대로 정권 견제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남권의 네 광역단체장(대전, 세종, 충남, 충북)을 모두 석권하는 등 경기·전북·전남·광주·제주 등 5곳을 뺀 나머지 전국 정치 지도를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짙게 물들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우리나라 17개 광역단체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서울과 함께 수도권의 핵심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띠고 있다. 그런 만큼 김 후보가 경기도 지사에서 승리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바닥의 표심이 야당을 완전히 무력화할 만큼의 지방권력을 여당에 몰아주지는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경기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광역단체장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집권 초반 국정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매서운 회초리는 야권의 쇄신과 개혁을 재촉하면서 민주당 내 당권 투쟁을 한층 더 가열시키고 당내 역학관계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이번 선거의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향후 역할론과 함께, 경기도 지사로서 새로운 입지를 쌓게 된 김동연 후보가 도행정 역량은 물론 어떤 역할로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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