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호 오뚜기 창업자, 교회 등에 주식 기부…대법 “과세하되 시간 순서 존중”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03-20 13: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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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호, 같은 날 교회‧미술관 등에 오뚜기 주식 3만 주 출연
1심, 은혜교회‧밀알미술관 부과 증여세 취소…2심에서 뒤집혀
대법 “기증자가 고려한 ‘비과세’ 순서 존중해 과세해야” 판단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오뚜기 창업자인 고(故) 함태호 전 명예회장이 남서울은혜교회와 밀알미술관 등에 같은 날 기증한 오뚜기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되 시간적 순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함 전 회장이 남서울은혜교회와 밀알미술관이 함 전 명예회장 기부와 관련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재판부에 따르면 함 전 명예회장은 앞서 2015년 11월 17일 남서울은혜교회에는 1만 7000주(지분율 0.49%), 밀알미술관에 3000주(지분율 0.09%), 밀알복지재단에 1만 주(지분율 0.29%) 등 오뚜기 주식 총 3만 주를 출연했다.

이들은 증여받은 주식 3만 주의 주당 가액을 108여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어 밀알미술관이 받은 주식 중 2000주(0.06%)는 증여세 납부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2만 8000주를 지난 2016년 신고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1주당 가격을 소폭 낮췄으나 증여세는 자진 신고 내역과 똑같이 산정하고 고지했다.

과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은 증여세 과세 가액에 넣지 않는다. 다만 내국 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이나 출자 지분을 받았다면 해당 법인 발행 주식 총수의 5%까지만 증여세가 면제된다는 규정이 있다.

오뚜기 주식을 출연받은 해당 단체들은 모두 법률상 공익법인으로 분류되며 이 중 밀알복지재단은 성실 공익법인에 해당한다. 성실 공익법인은 비과세 혜택이 10%로 일반 공익법인의 두 배다.

함 전 명예회장은 이들에 주식을 기부하기 전인 1996년 오뚜기재단에 17만 주(4.94%)를 미리 증여한 상태였다. 오뚜기재단도 밀알복지재단과 같은 성실 공익법인이다.
 

▲ 오뚜기 창업자 함태호 전 명예회장 [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과세당국의 시각은 달랐다. 국세청은 성실 공익법인인 밀알복지재단이 ‘출연재산 운용소득 80% 이상 공익 목적 사용’ 등 상증세법 요건을 충족했다고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 증여세를 취소했다.

동시에 밀알미술관이 자진 신고에서 제외한 2000주를 과세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남서울은혜교회와 밀알미술관은 이 같은 비율 조정에 따라 증여세 73억여 원과 13억여 원을 각각 납부하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이들은 함 전 명예회장이 기증한 주식은 사회 환원과 공익사업이 목적이었으므로 과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실 공익법인인 밀알복지재단‧오뚜기재단은 일반 공익법인인 나머지 단체들과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알미술관과 남서울은혜교회가 받은 주식이 5%를 넘지 않으므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었다.

또한 주식을 출연한 날은 모두 같으나 이 중 밀알미술관이 가장 먼저 받았으므로 밀알복지재단이 아닌 밀알미술관이 2000주에 해당하는 비과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1심은 오뚜기재단‧밀알복지재단에 대한 세무서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이를 뒤집고 증여세 부과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시행되던 법은 기증된 주식을 총합했을 때 5%를 넘는지를 고려했기 때문에 이번 증여세 부과가 적합하다는 내용이다.

다만 대법원은 주식 출연에 시간적인 선후 관계가 확인된다면 이를 존중해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국세청이 밀알미술관에 부과한 추가 증여세는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여러 공익법인이 한날에 같은 주식을 출연받았다고 이를 동시에 주식을 받은 것으로 과세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출연에 시간적 순서가 있다면 개별적인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함 전 명예회장이 기부 전 세 단체와 합의를 통해 밀알미술관‧남서울은혜교회‧밀알복지재단 순으로 주식을 출연했다는 밀알미술관 측의 주장이 대법원에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전해졌다.

증여된 주식은 밀알미술관 시설 현대화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밀알미술관은 장애인의 미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재판부는 “출연자가 증여세 과세 불산입 한도 등을 고려해 주식을 순차로 출연했음에도 출연이 같은 날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각 주식이 동시에 출연된 것으로 의제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원심(2심)은 시간적 선후 관계 등에 관해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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