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와 투자자들 충격과 실망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 중 하나인 HLB(에이치엘비)가 최근 주가 큰 폭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HLB 측은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업계와 투자자들은 실망감이 깊어져 바이오주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는 지난 17, 20일 영업일 기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주가가 무려 47.1%(9만5800원→5만700원) 하락했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도 이 기간 12조5335억원에서 6조6339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으로 급감하며 코스닥시장 시총 3위에서 4위로 내려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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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진양곤 HLB 회장이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HLB 유튜브] |
HLB의 주가 급락 배경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실패가 꼽힌다. 이번 사태는 진양곤 HLB 회장이 지난 17일 유튜브를 통해 자사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후 진 회장은 “이른 시일 내에 문제점을 보완해 재도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홈런을 노렸는데 2루타에 그쳤다”는 표현을 쓰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27일 1주당 5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편 진 회장은 항서제약에 대해 믿음을 보이며 이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한 뒤 FDA에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것으로 기대했다. HLB 관계자는 "약의 문제가 아닌 퍼실리티(시설)의 문제이며, FDA의 구체적 보완요구서를 확인한 후 대처해 연내 재승인 처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HLB그룹주인 HLB제약(42.9%), HLB생명과학(39.1%), HLB파나진(25.1%), HLB이노베이션(20.8%), HLB바이오스텝(18.5%), HLB테라퓨틱스(8.1%) 등도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HLB 하한가’ 사태는 계열사는 물론 국내 바이오주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일 기간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73종목을 담고 있는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9.2%(3017.54→2740.71) 떨어졌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HLB 주가 폭락이 바이오주들에게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바이오 대장주로 불렸던 HLB가 신약 개발에 실패한 만큼 동종 업계에 불확실성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신약개발이 바늘구멍 통과하듯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바로 하한가로 직행하는 것은 바이오주의 한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HLB 그룹주는 급락세를 멈추고 3거래일 만에 반등했으나 여전히 불안 심리가 우세해 낙폭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HLB발 바이오주 동반 패닉 현상이 언제 진정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주는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신약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매우 크다”며 “회사가 실질적인 실적이 있는지 전문인력들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자 결정을 하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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