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탄소세 폭탄 오기 전에 바꿔라"…포스코·현대제철, '수소 제철 전쟁' 시작됐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0 15: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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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CBAM 6개월 앞으로…"이젠 쇳물도 탄소 성적표 본다" 업계 초비상
전기로 돌릴수록 전기료 부담↑…업계 "탈탄소는 기업 아닌 국가 생존 전략"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생존을 건 탈탄소 전환’에 돌입했다. CBAM이란 유럽연합(EU)이 수입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탄소세’ 개념의 제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중심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단독 투자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구조 전환이 시작됐다”며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챗GPT4]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산업의 대표적인 차세대 친환경 공정으로 꼽힌다. 기존 고로 공정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기 위해 석탄을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 규제가 단순 환경 정책을 넘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철강사들도 기존 석탄 기반 고로 체제를 유지할 경우 수출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수소 공급망과 전력 인프라, 산업용 전기요금 안정화 정책까지 포함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앞서 14일 포스코는 경북 포항에서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HyREX) 실증 설비 구축을 위한 전용 부지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산업단지계획 변경 인·허가를 승인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상 부지는 포항시 남구 송정동 일대 약 135만3804㎡(약 40만평) 규모다. 포스코는 이곳에 연 30만톤 규모 테스트 설비를 오는 2027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한다. 철광석 속 산소가 수소와 결합해 물(H₂O) 형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철강업계에서 이를 ‘꿈의 제철 기술’로 부르는 핵심 이유로 꼽힌다.

 

포스코가 개발 중인 '하이렉스'는 수소를 활용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이를 전기용융로에서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해외 철강사들이 사용하는 덩어리 형태 철광석 기반 샤프트 퍼니스 방식과 달리 가루 형태 철광석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과거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저탄소 제철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관측한다.

 

포스코는 오는 6월 광양제철소에서 연 250만톤 규모 전기로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와 고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생산 체제를 통해 탄소 저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2월부터 당진 공장에서 기존 고로 쇳물과 전기로 쇳물을 혼합하는 방식의 생산 체계를 적용해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고로 대비 약 20% 수준 탄소를 줄여 고품질 철강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장기적으로는 석탄 기반 공정을 수소 기반 체제로 전환해 최대 90% 수준에 탄소 저감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사들이 기존 고로 중심 구조에서 전기로·수소환원제철 중심 구조로 생산 체계를 단계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이젠 쇳물도 탄소 성적표 본다"…EU 탄소관세에 업계 '초비상'

철강업계가 이처럼 탈탄소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글로벌 규제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 EU는 2027년부터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 다배출 제품에 대해 탄소배출량에 따른 인증서 구매와 제출을 의무화하는 CBAM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탄소배출량에 비례한 ‘탄소 관세’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미국 역시 중국산 저가 철강 견제와 공급망 재편 전략 차원에서 탄소배출량이 높은 철강 제품 수입 제한 논의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결국 철강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탄소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친환경 공정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이 현실적인 최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경우 생산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탄소세 시대 버티려면 전기부터 싸져야"…업계, 정부 지원 압박 커진다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수소환원제철은 안정적인 청정수소 공급이 필수지만 국내 수소 생산·유통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탈탄소 전환이 단순한 기업 설비 투자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재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수소 생산 인프라와 전력망, 탄소 인증 체계,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정책 등이 동시에 구축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히 설비 한두 개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철강산업 전체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라며 “전력·수소·물류·인증 체계까지 국가 차원의 전략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글로벌 탄소 규제 시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도 오는 6월 예정된 K-스틸법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등 여러 지원책을 통해 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경쟁국 대비 전기요금과 수소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은 만큼 보다 실질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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