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거부하자 "사장님, 다 잃고 나갈래요?"...포스코케미칼, 협력사 손아귀에 쥐고 '갑질'

이석호 / 기사승인 : 2022-11-06 23: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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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포스코케미칼 협력사에 경영간섭 적발 "임원 내보내라고 얘기했는데..."
협력사 19곳, 모든 전·현직 임원이 포스코케미칼 출신...인사적체 해소 목적

포스코케미칼이 자사 업무의 외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협력사에 직원을 '낙하산' 임원으로 보내는 등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 포스코케미칼 CI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케미칼이 19개 협력사의 중요한 경영 사안을 간섭한 행위를 적발하고,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8000만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내화물·생석회 및 양·음극재 제조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직접 수행하던 업무의 일부에 대해 자사 직원이 퇴직 후 설립한 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방식으로 외주화를 진행했다.

외주화 정책에 따라 1990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내화물 관련 16개사, 생석회 1개사 에너지 소재 2개사 등 총 19곳의 협력사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설립 시부터 포스코케미칼과 거의 전속적인 거래를 유지해왔다.

협력사들의 출자 과정에서 지분 보유 등 포스코케미칼의 직접적인 관여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경부터 협력사를 관리하기 위해 인사·자본·지분 등 협력사의 내부 사안을 간섭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경영관리 기준'을 설정·운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코케미칼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만든 경영관리 주요 내용에 따르면, 협력사 임원의 임기는 기본 4년에 1년씩 총 2년을 추가할 수 있으며 최대 만 60세까지로 정해졌다.

임원 연봉은 사장 1억 9000만 원, 전무 1억 4700만 원, 상무 1억 3500만 원으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이익잉여금은 연간 2억 5000만 원, 배당률은 회사 평가금액의 5%부터 최대 1억 원까지로 기준을 정했다.

지분 구성은 대표이사 23%, 일반임원 10% 등 내부 임원이 총 33%를 보유하고, 3~4곳의 다른 협력사가 나머지 67%를 확보하도록 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6년경부터 협력사 대표이사가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지분율을 줄이고, 협력사들에게 다른 협력사 지분 인수 자금을 빌려주면서 지분 구성 변경에 협조한다는 확인사를 받는 등 주도적으로 변경작업을 실시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영관리 기준 준수 여부는 포스코케미칼이 운영하는 협력사 평가에 반영되고, 평가 점수나 순위 등에 따라 열위업체로 2~3회 연속 선정된 협력사는 재계약 대상 배제 또는 물량 축소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임원평가 결과는 임기나 연봉 기준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제로 일부 협력사 대표의 경우 과다 연봉 수령이나 이익잉여금 과다 보유, 지분 구성 미해결 등을 이유로 낮은 등급을 받아 연봉이 깎였다. 

 

▲ 포스코케미칼 내부 자료 [출처=공정거래위원회]


포스코케미칼은 또 경영관리 기준에 설정된 임원의 임기가 끝나면 자사 내부 직원을 후임자로 부임하게 하는 방식으로 협력사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

협력사 임원의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 자사 직원 중 부장급 이상으로 후임자를 선발해 전임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임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협력사에 임원 교체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 통보로 전했다.

이를 통해 19개 협력사의 모든 전·현직 임원은 포스코케미칼의 내부 직원 출신으로 구성됐다.

2019년경에는 일부 협력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임원교체를 관철시키기 위해 포스코케미칼 소속 임원이 '밑에 임원을 내보내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안 내보내느냐', '정말 다 잃고 나갈 것이냐'라며 지속적으로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가 입수한 포스코케미칼의 내부 자료에는 직원전직 제도 도입 이유로 '내부 인사적체 해소', '고직급 직원 사기증진' 등이 명시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이 다수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거래 내용과 무관한 내부 경영사항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섭한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대기업이 거래 상대방인 협력사를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인식하면서 관리해오던 관행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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