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이필원 기자] 중국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알리바바 등의 할인 판매 행사에서 하루매출이 경이적인 28조원을 돌파하자 원인분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중국 언론분석들에 따르면 이 날 주문 폭주에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세계 225개 국가에서 지급 결제가 이뤄진 주문량은 14억8천만 건, 배송 물량은 8억1천200만 건이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제품 주문량과 배송량에 대응하기 위해 알리바바가 꺼내 든 무기는 바로 AI와 로봇이었다.
시스템 개발을 책임지는 엔지니어 차이샤오우는 "우리는 소매업자가 판매량을 늘리는 데 AI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 수많은 브랜드와 변수를 고려해 추천 상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노련한 패션업계 전문가보다 빅데이터와 AI가 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객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지 못한 부츠 상품을 AI가 추천해 판매량에서 '대박'을 기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부츠를 중국 내 최고 흥행 영화 '잔랑(戰狼)2'의 주연배우가 신었다는 사실을 AI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알리바바는 고객 상담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고객 상담용 챗봇인 '디엔샤오미'(電小秘)는 고객이 문의하는 내용의 90% 이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하루에 350만 명의 고객을 상담할 수 있다. 하루 매출 28조원을 돌파한 비결이다.
알리바바의 제품 관리자 류지엔룽은 "모든 상담을 AI가 대신할 수는 없지만, 광군제처럼 단시간에 문의가 급증할 때는 큰 도움이 된다"며 "최신 버전은 상담 과정에서 나타난 고객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객의 제품 주문이 이뤄지면 포장과 운송은 로봇이 담당한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菜鳥)가 중국 남부 선전(深천<土+川>) 인근 휘저우(徽州)에 새로 개장한 자동화 물류 창고에서는 약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현재 톈진(天津),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자동차 물류 창고를 더 늘릴 계획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중국 정도는 아니지만 유통기업들의 발빠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등 전자상거래업체는 최근 음성 인공지능, 챗봇 등 첨단 기술 접목을 서두르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경쟁 상대가 국내뿐 아닌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는 지난해 5월 호주 마이어백화점의 1만2500여 개 상품을 VR기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VR백화점이다. 아마존은 음성 대화로 쇼핑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통해 보이스 쇼핑을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 스피커 구글홈을 통해 음성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유통과 IT를 결합한 서비스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오픈마켓 타오바오는 전용메신저 ‘아리왕왕(阿里旺旺)’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판매자와 고객은 제품 정보와 재고여부, 배송비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소프트웨어, 빅테이터 엔지니어, 웹퍼블리셔 등의 채용을 통해 IT 기반 서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올해까지 100여명의 개발자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혁신에 나섰다. 이는 전체 인력의 10%가량이다.
아울러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8월 KT와 신사업 발굴 및 공동 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통신과 커머스가 융합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들어갔다.
이베이코리아와 KT는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인공지능 셋톱박스 스피커 ‘기가지니’ 내 이베이 쇼핑몰이 입점하는 등 시너지를 높이고 통신과 커머스 산업이 결합된 혁신 모델을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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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 11번가 '챗봇' 서비스 [사진=SK플래닛 제공] |
단순한 온라인 쇼핑에서 나아가 차별화된 소비 환경을 구축한다는 전략은 SKT의 자회사 SK플래닛 11번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T는 최근 불거졌던 11번가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아마존, 이베이 등이 AI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서는 등 미래 유통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존재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주효했다.
11번가는 SK플래닛, SKT의 지원에 힘입어 제휴 서비스를 공격적 확장하는 등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박정호 SKT 사장은 9월 임원 회의에서 “11번가는 미래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며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11번가가 중심이 되고 주도권을 갖는 성장 전략만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1번가는 AI 챗봇서비스인 ‘디지털 컨시어지 바로’를 운영하고 모바일 채팅을 통해 고객이 찾는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취용 전기밥솥 추천해주세요”를 입력하면 “용량이 작은 상품으로 보시는군요”라고 고객의 의도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모델별 최저가 찾기 서비스 등도 바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SK플래닛은 챗봇 기능을 보다 정밀화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 추진해 ‘퍼스널 쇼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KT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11번가가 연계한 대화형 쇼핑도 가능하다. SKT는 누구에 프로야구 경기 알림, 오늘의 운세 서비스 외에도 11번가와 제휴한 쇼핑 기능을 추가해 선보였다.
인터파크도 지난해부터 ‘톡집사’를 도입하는 등 AI기술을 적용한 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톡집사는 채팅봇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챗봇’ 으로 인터파크 쇼핑 사이트,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날 수 있다.
기존의 ‘집사 서비스’가 전문쇼핑컨설턴트가 고객 문의에 직접 응대했다면, ‘톡집사’는 고객의 문의를 빅데이터화 해 설정한 매뉴얼에 따라 챗봇 ‘톡집사’가 신속하게 자동 응답 하는 방식이다.
‘톡집사’ ‘깎아줘!’ 서비스는 고객 요청 시 포털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둔 상품 최저가를 제시한다. 깎아줘 할인 쿠폰까지 지급해 고객이 온라인 최저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옵션, 배송 방법 선택 등이 미포함된 포털 노출 가격이 아닌 상품 최종가격의 최저가를 비교 제시해 고객이 최저가를 찾는 데 필요한 시간과 물리적 번거로움을 줄인다.
톡집사는 인터파크의 주력인 인터파크투어에도 지난 8월 개편 도입 됐다. 기존에는 자유여행객에게 인기 높은 도쿄?파리 등 11개 도시 여행 중에만 이용 가능했으며, 여행 지역별 1개의 채팅방에서 복수의 고객이 다 같이 참여하는 서비스로 여행 중에만 접속이 가능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여행톡집사는 전 세계로 이용 범위 확대, 1:1 채팅방 운영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여행 전 과정에 걸친 토탈 케어로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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