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공정성과 균형성.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두 개념은 매번 역대 정부의 대규모 사업추진마다 갈등의 불씨가 됐다. 가뜩이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큰 대한민국에서는 수도권 중심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의 명분은 '국가균형발전'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예타 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예타 면제 대상으로는 세종~청주 고속도로, 대구산업선 철도, 광주 인공지능(AI) 기반 과학기술창업단지,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새만금공항, 충북선 철도 고속화, 서부경남KTX 건설 등이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균형발전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190129/p179565851637337_290.jpg)
하지만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아예 배제됐다. 특히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광역급행철도 GTX-B노선 사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수도권 거주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예타 면제를 설 민심용, 길게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해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심사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1조원대 사업 다수가 포함되면서 비판은 더욱 확산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실제로 이번 예타 면제는 규모로 단순비교하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보다 크다. 정부가 직접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한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22조원 규모의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예타 면제는 공정성과 균형성의 각 측면에서 따져볼 때 평가가 극명히 갈릴 수 있다. 우선 공정성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예타 면제는 그간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과정의 공정성'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와 여러 경제상황들을 감안하면 지역 균형발전은 분명 필요한 조치다. 균형성 측면에선 이번 조치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지방의 경제활동인구는 줄어가고, 인구 고령화 역시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지방에 사는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느라 고향을 떠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양극화로 비수도권 노년층의 노후도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는 지지를 받을 만하다.
24조원 예타 면제엔 긍·불긍 양 측면이 혼재해 있다. 따라서 현명한 정부라면 논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제부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치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내세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예타 면제의 명분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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