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의선式 개혁의지 담은 현대차의 복장 자율화

강한결 / 기사승인 : 2019-02-25 16: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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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샐러리맨이나 사무직 근로자를 의미하는 '화이트 칼라'는 푸른 작업복을 입는 육체 노동자와 달리 흰 와이셔츠를 입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오랜 기간 동안 슈트와 넥타이, 와이셔츠는 사무직 근로자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복장의 격식화로 사무직 근로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노타이(No-tie), 쿨비즈(Cool-biz) 등의 흐름으로 정장을 꼭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후 적지 않은 기업들은 비즈니스 캐주얼(간편 근무복) 등 격식없는 복장 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 재계 순위 2위 현대자동차 그룹이 다음달을 목표 시점으로 '완전 자율복장 제도' 전면 도입을 추진한다.


캐주얼 차림의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캐주얼 차림의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2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3월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는 물론 전국 전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 복장을 완전 자율화한다. 창립(1967년) 이래 처음이다. 단, 고객과 접점이 많은 판매직과 안전 작업복이 필요한 생산직 등의 현장 조직 정도만 특별 예외로 둔다.


이번 결정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혁신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사실상 현대차를 이끌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초기부터 '변화와 혁신'이라는 개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정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시도와 창조혁신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단순히 완성차만 만들지 않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미래 사업을 동시 추진하며 글로벌 선도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공개한 적도 있다.


혁신과 변혁을 위해서는 기업문화의 전환이 절실하다. 더욱이 과거 현대차그룹은 보수적인 조직이라는 외부인식이 높았던 곳이다. 보수적인 기업 이미지를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정 부회장은 복장 자율화를 꺼내들었다.


지난 1월 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의 복장 자율화는 스타트업 기업처럼 매일 티셔츠·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출근해도 될 정도로 아무런 규제 없이 실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 정도로 복장 규정을 대폭 완화한 게 특징이다. 넥타이를 풀고 무채색 정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갈아입는 수준을 넘어섰다.


복장 자율화 외에도 현대차의 혁신 의지는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현대차는 10대 그룹중 최초로 대졸 신입 정기 공개 채용을 전격 폐지하고, 직무 중심 상시 공채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지금 현대차는 도약과 현실 안주의 갈림길에 서있다. 2018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2조4222억원, 경상이익은 43.0% 줄어든 2조5296억원에 그쳤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정보통신기술)기업 보다 더 ICT 기업답게 변화하는 것"이란 지론을 꾸준히 밝혀왔다.


정 부회장은 수소차를 통해 현대차의 부진을 타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충주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수소차처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힌 뒤 "대한민국과 현대차그룹이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 경제라는 글로벌 에너지 변화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말했다. 현대차가 수소차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 부회장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근로자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재계 서열 2위 자리조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업 문화 혁신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현대차의 복장 자율화 결정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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