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무너지고 날아가고 매몰되고 침수되고...'
밤새 지나간 제18호 태풍 미탁이 할퀴고간 상처가 너무 깊고 넓다.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휘몰아치면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모두 9명이고 부산 산사태 등으로 5명이 실종된 상태다. 부상자는 7명으로 늘었고, 주택 파손 등으로 다친 경우가 많았다. 이재민은 175세대 31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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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등을 종합하면, 밤새 태풍 미탁이 지나간 자리에 산사태와 급류 등으로 사망과 실종 사고가 잇따랐고 이재민도 다수 발생했다.
3일 오전 9시 5분께 부산 사하구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건물 2곳을 덮쳤다.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다.
부산소방본부와 경찰은 이 사고로 주택에서 3명, 식당에서 1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4시께 매몰된 식당 주변에서 주인으로 추정되는 배모(65·여) 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배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검안을 받은 결과 '압착성 질식사'로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배 씨가 발견된 것은 사고 7시간 만이다.
경찰과 소방, 군부대는 600여 명과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워낙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색대는 일가족 3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도 수색하고 있다. 이 주택에서는 75세 남편과 70세 아내, 48세 아들이 사고 당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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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야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비슷한 시간대에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서는 주택이 붕괴하면서 60대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다.
앞서 이날 0시 12분께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배수로를 손보던 72세 여성이 급류에 빠져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1시께 강원 삼척시에서는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린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지면서 안방에서 자던 77세 여성이 숨졌다.
비슷한 시각 경북 영덕군에서도 토사 붕괴에 따른 주택 파손으로 59세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다.
전날 오후 9시께는 경북 성주군에서 농수로 물빠짐 작업을 하던 76세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3일 낮 12시 12분께 강원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송어양식장 인근에서는 40대 중국 근로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이에 앞서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서는 주택 붕괴로 부부가 매몰됐다. 아내 A(69)씨는 구조됐으나 남편 B(72)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차량을 발견했으나 운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이외에도 경북에서 1명이 부상했고 제주도에서는 주택이 파손되면서 3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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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과 경남, 제주 지역에서는 주택 침수·파손 등으로 115세대 26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지에서는 주민 1천546명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민간·공공시설 등 재산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완도와 제주, 목포 등에서는 주택 101개동이 침수되고 5개동이 파손됐다. 창고 3개동과 비닐하우스 8곳도 피해를 봤다.
경북·경남을 중심으로 14곳에서 도로 사면이 유실됐다.
태풍의 길목 제주에서는 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에 있는 주택 5개 동과 창고, 차량 등이 반파 또는 부분 파손됐다. 또 구좌중앙초등학교 본관 2층 지붕이 무너져 교실과 강당이 침수됐으며, 제주시 해안동 어시천의 60m 길이의 호안이 유실됐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내 초·중학교와 중앙시장 등 13곳이 일시 침수됐다.
경북, 강원, 부산, 울산, 대구, 제주 등지에서는 오전 10시 기준 4만4천45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이 가운데 82.6%가 복구됐다.
경북 봉화에서는 오전 3시36분께 영동선 관광열차가 산사태 영향으로 탈선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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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열차에는 승객 19명과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은 모두 대피했으며 코레일이 긴급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또 서울에서 출발해 2일 오후 11시 10분 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KTX 제471호 열차는 포항역 방향 터널 등 선로가 물에 잠겨 동대구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전날 오후 9시 40분 전남 해남군에 상륙한 '미탁'은 밤사이 전날 전남으로 상륙한 이후 경남, 경북을 관통하고 울진을 거쳐 이날 오전 6시께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태풍 미탁은 곳곳에 엄청난 물폭탄을 쏟아 부었다. 강원 삼척, 동해, 강릉 등 동해안에 5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강원 삼척 궁촌에는 '60분 단위 강수'가 무려 129㎜가 되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졌다.
3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0시 16분부터 오후 11시 15분까지 궁촌의 '60분 단위 강수'는 129㎜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 주암이 기록한 시간당 강수 역대 최고치인 14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2위 기록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경북 울진에는 지난 2일 오후 11시 32분부터 60분간 104.5㎜의 폭우를 퍼부었다.
이는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동해는 이날 시간당 67.4㎜ 비가 내려 1992년 5월 기상 관측 이래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역의 기존 강수량 기록은 1994년 10월 12일의 62.4㎜다.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지난 2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삼척 궁촌 488.5㎜, 삼척 389㎜, 강릉 368.6㎜, 동해 367.7㎜, 미시령 206.5㎜의 비를 뿌렸다.
이처럼 삼척을 비롯한 남부 동해안이 물 폭탄에 가까운 많은 비를 뿌린 것은 태풍의 중심이 워낙 가깝게 지나간 데다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동풍과 백두대간이라는 지형적 특성도 작용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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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우측 반원에 놓인 남부 동해안에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동풍의 유입으로 형성된 강한 비구름대가 백두대간에 가로막혀 일시에 많은 양의 비를 뿌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태풍이 몰고 온 많은 비가 쏟아진 부산과 울산, 경남, 경북 등은 홍수특보가 발효되고,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최대 300㎜ 이상 많은 비가 내린 경남은 홍수경보가 발효됐다.
3일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대다수 지역에서 비가 그친 이날 오전 10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산청 304.5㎜, 고성 285㎜, 지리산 284㎜, 합천 280㎜, 창원 233㎜ 등이었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3일 오전 9시를 기해 경남 밀양시 낙동강 삼랑진교 지점에 발령한 홍수주의보를 경보로 상향했다. 오전 9시 현재 삼랑진교 수위는 6.96m로 홍수경보 발령 수위인 7m에 근접했다.
경남 통영 도산면의 한 농장은 축사가 물에 잠겨 닭 3천700마리, 기러기 800마리가 죽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낙동강 하구에도 이날 오전 8시 20분을 기해 7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울산도 많은 비가 쏟아지며 전날 오후 11시 40분을 기해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 이후 3년 만이다.
경북 동해안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경주와 포항 일대 형산강 유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앞서 오전 11시를 기해 영양읍과 일월면, 수비면에 산사태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특히 경북 울진은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은 3일 낮 12시 울릉도 북북서쪽 약 60㎞ 부근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
기상청은 이 변질된 온대저기압의 영향으로 오늘(3일)은 전국이 구름 많고, 강원영동지역은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내일(4일)과 모레(5일)는 중국 북부지방에서 남동진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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