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 베꼈다?” 하나투어, 트립닷컴에 공식 문제 제기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0 13:34:49
하나투어, 트립닷컴에 내용증명 발송…여행 플랫폼 전면전?
광고 문구에서 시작된 신경전…여행업계 촉각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하나투어가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며 광고 슬로건 보호에 나섰다.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경쟁이 심화되는 여행업계에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겨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해 12월 트립닷컴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광고 슬로건이 자사 캠페인 문구와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트립닷컴은 문제로 지적된 광고 문구를 즉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하나투어가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며 광고 슬로건 보호에 나섰다.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경쟁이 심화되는 여행업계에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겨진다. [사진=하나투어]

 

하나투어는 팬데믹 이후 제작한 슬로건 '떠나자 하나만 믿고'가 지난해 11월 트립닷컴이 선보인 '떠나자, 트립을 믿고' 슬로건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강도 높은 법적 제재를 요구한 것은 아니며, 업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에 가까운 사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슬로건은 하나투어가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장기간 운영해 온 캠페인의 핵심 문구로, 코로나19 이후 약 1년 이상 지속되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소비자 인지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안은 내용증명 발송과 광고 문구 수정으로 종료된 상태다.

 

문제의 슬로건이 공개됐을 당시 “자사 캠페인을 그대로 연상시킬 정도로 유사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하나투어는 해당 슬로건을 통해 프로모션과 기획전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만큼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있다.

 

여행업계 전반에서는 광고 슬로건이나 마케팅 문구가 유사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언급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비슷한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행 상품 소개 문구나 슬로건의 경우 업계 특성상 표현이 유사해지는 사례가 과거부터 적지 않았다”라며 “광고 카피 자체만으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업계에서는 브랜드명이나 등록 상표와 달리, 슬로건이나 카피 문구는 저작권 보호 범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지식재산권(IP)으로 명확히 등록된 브랜드가 아니라면, 단순 카피 유사성만으로 문제를 키우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번 내용증명 역시 법적 대응보다는 문제 인식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려는 신호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하나투어와 트립닷컴 간 경쟁 심화를 꼽는다. 하나투어는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항공·호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트립닷컴 역시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특히 항공 발권(BSP) 등 일부 영역에서는 양측의 경쟁 구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국계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약 145만명에서 12월 약 257만명으로 1년 새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해외 이동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트립닷컴을 중심으로 한 중국계 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국내 여행 최대 성수기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예약·결제 단계에서 중국계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 국내 플랫폼의 실질적인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언어, 결제 수단, 중국 현지 마케팅에서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계 플랫폼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패키지 여행사와 해외 OTA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계가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OTA에 대한 경계심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국내 여행사 간 문제였다면 내용증명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광고 슬로건은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한다"라며 "슬로건 출시 전 모니터링을 철저히해야 분쟁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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