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SPC 도산 절차 모든 조치 강구"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4년 전 부동산 펀드를 통해 약 9000억 원에 사들인 독일 오피스 빌딩과 관련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해당 펀드는 수익률이 –80%에 달하면서 이 회사와 투자자들의 대응 방안이 주목 받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 펀드의 트리아논 빌딩 대출의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이 만료됐다고 최근 공시했다. 스탠드스틸은 대출금에 대한 계약을 현재 상태로 유보하면서 운용사가 시간을 버는 조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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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사진=이지스자산운용] |
스탠드스틸 만료에 따라 해당 펀드가 조달한 차입금과 관련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EOD란 채권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 매입에 약 9000억원을 투자했다. 사 측은 국내에서 공모와 사모펀드로 3750억원을 모집했다. 일반인들이 투자한 공모펀드는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을 통해 1875억원 규모가 판매됐다. 이지스운용은 공‧사모펀드로 마련한 금액에 현지에서 조달한 차입금을 얹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을 약 875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대주단과 담보 대출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공실률 급등 등으로 자산가치가 급락했고, 대출계약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출계약상 채무불이행 사유 발생에 따른 대주단 권리행사 등을 임시로 유보하는 대출 유보계약을 통해 만기를 올해 5월 31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대주단이 변경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대출 계약의 EOD 발생과 함께 현지 법상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의 도산 사유가 발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지 대출 계약의 EOD 발생과 함께 현지 SPC가 도산을 앞둔 가운데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수익률은 설정 이후 -80%에 달한다. 그간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모 투자금의 약 16.4%인 308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하긴 했지만 누적 손실률에 비하면 크게 부족한 규모다.
현지법에 따라 현지 SPC의 관리회사이자 사무수탁사인 인터트러스트(Intertrust)는 도산 사유 발생 시점으로부터 3주 이내에 도산절차 개시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 방안을 준비중이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주단과 재구조화 약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상했으나, 불발됐다"고 했다. 이어 “대주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것보다는 SPC의 도산 절차를 통해 매각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지스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끝까지 운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투자자 손실 규모는 대주단 주도의 자산 처분이 이뤄진 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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