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하늘 기자] 성매매에 나섰다가 8개월 된 아이를 홀로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30대 미혼모가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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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3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및 40시간의 성매매 방지 강의 수강 등도 명령했다.
지난해 5월 21일 A씨의 8개월 된 아들 B군이 2시간여를 혼자 남겨져 있다가 숨졌다. 사인은 엄마 A씨가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B군 가슴 위에 올려놓은 롱쿠션이 얼굴 위로 넘어가면서 호흡을 막은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홀로 돌본 30대 미혼모다. 임신 과정에서 중절 수술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가족과는 단절된 상태로, A씨는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 매달 약 137만 원으로 생활해왔지만 이 돈으로 월세 27만 원을 비롯한 기타 양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A씨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독촉 고지서를 받기도 했고, 각종 공과금 역시 제때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군이 숨진 날인 5월 21일에도 성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헌법 제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인용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B군의 사망)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 피고인에 대해 실제로 이루어진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내지 자활의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B군이 출생 당시 1.87㎏의 미숙아로 태어났음에도 숨질 당시 정상 수준의 발육도를 유지한 점을 들어 "피고인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갖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 단지 범행의 결과를 놓고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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