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질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 항공기내보안요원 제도

문기환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4 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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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위임돼 운용 중인 항공기내보안요원…형식적 운용이 항공 보안 현주소
2년 이상 경력 승무원이면 기내 불법을 제지할 능력이 생기는지 의문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은 훈련된 무장 국가공무원 직접 탑승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도 수만 피트 상공의 밀폐된 여객기 내에서 발생하는 불법 방해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용강 한국항공보안학회 편집위원장 (한서대학교 교수)
비행 중인 항공기의 비상구를 강제로 개방하려 하거나, 승무원을 폭행하고 승객을 위협하는 등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에어 레이지(Air Rage)’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내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급증하여 2024년 한 해에만 657건에 달했으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전 세계적으로 기내 난동 강도와 물리적 폭력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정작 상공에서 이러한 테러성 위기 상황을 제압하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최후의 보루인 ‘항공기내보안요원(IFSO)’ 제도는 형식적으로만 운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 항공 보안의 현주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기내보안요원을 국가가 선발하는 정부 인원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항공기내보안요원을 객실승무원이 담당하도록 하여, 국가가 아닌 민간에 일임한 상태로 운용 중이다.

 

◆ 사법경찰리로서 공권력 집행하는 유서 깊은 항공기내보안요원 제도

 

본래 우리나라 기내보안요원의 역사는 깊다. 1969년 대한항공 YS-11편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되었던 아픈 역사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1970년 대통령 특별지시에 의해 경찰공무원 출신 보안관들이 탑승한 것이 그 효시였다. 

 

이후 항공사의 요청으로 청원경찰과 자체 보안관 형태로 변천을 거쳤고, 2001년 9·11 테러이후 국제 기준(ICAO Annex 17) 강화와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가입 요건 충족 등을 거치며 2010년 현재의 ‘항공기내보안요원’ 체계로 법제화되었다. 법적으로 기내보안요원은 기내 범죄 발생 시 현행범을 체포하고 체포서를 작성하는 ‘사법경찰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엄연한 공권력의 주체다.

 

◆ 항공보안 전문성 및 책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항공보안정책과는 2년마다 실시되는 순환보직으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축적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울러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공 보안 부서가 조직 내에서 충분한 정책적 힘을 받지 못하다 보니, 실효성 있는 중장기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2년 경력 승무원’ 자격기준, 테러성 불법행위 제지할 수 있나?


항공보안을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돈을 낭비하는 인프라’ 정도로 여기는 인식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형 항공사조차 국토부 고시에 따른 기준인, ‘2년 이상 경력’의 승무원 중에서 항공기내보안요원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기내보안을 형식적인 업무로 인식하여 안전, 고객서비스, 기내판매 등과 중복된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보안 공백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 승객 탑승 전 짧은 준비 시간 동안 보안 관련 임무는 가스총이나 테이저건의 수량, 탑재위치 등을 확인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으며, 비상구 개방 시도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항공기내보안요원을 활용한 지휘 체계에 따른 조직적 대응보다는 즉흥적인 제압에 의존하게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개별 승무원의 역량 문제라기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휘 훈련이 뒷받침되지 못한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된 결과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급성장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현실이다. 이들 역시 규정에 따라 당일 탑승 승무원 중에서 보안요원을 지정하고 있으나, 여유 없는 비행 스케줄과 한정된 인력 구조 속에서 기내보안요원으로서 특화된 사명감을 고취하고 실질적인 지휘·대응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깊이 있는 교육 체계를 갖추기에는 여건상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항공보안의 약한 고리(Weakest Link), 선제적으로 개선해야


보안 시스템은 아무리 다른 곳을 강하게 통제하더라도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무너진다는 ’균형적 보호(Balanced Security)’의 원칙이 철저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들이 9·11 테러 이후 상당한 예산을 들여 ‘연방 항공보안관(Federal Air Marshal)’ 등 철저하게 훈련된 무장 국가공무원을 직접 탑승시키는 이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운용 방식이 이어질 경우, 향후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들은 제도적·실질적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첫째, 국토교통부는 현행 기내보안요원의 객실 승무원 위임제도와 병행하여, 해외 선진국들처럼 정보와 리스크(Risk)에 기반한 전문 에어마샬(Air Marshal)과 유사한 제도를 장기 과제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내보안의 품질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최소 8시간에 불과한 초기 교육을 최소 32시간 이상으로, 연 5시간인 정기 교육을 8시간 이상으로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연방 항공보안관 훈련센터처럼 근접 전투 기술, 행동 관찰, 극한 상황 하에서의 사격 및 제압 기술 등을반영한 필수 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국토부 차원의 엄격한 평가를 통과한 인원에 한해서만 기내보안요원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항공사의 채용 및 양성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 1980년대처럼 별도의 보안 승무원을 채용하는 방식은 객실 승무원과의 업무 마찰과 갈등으로 팀워크를 저해하고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 선례가 있다. 

 

따라서 기존 승무원 조직과의 융합을 위해, 최초 객실 승무원 채용 시 무도 자격자(공인 1단부터 순차 가점 부여)를 우대하여 선발하거나, 입사자 중 체력과 무도가 우수한 인원에게 승진 가점 및 교육 기회 확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정예 항공기내보안요원으로 양성하는 방안이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안전과 보안,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로 인식해야

 

항공 보안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 가치가 빛나지만, 단 한 번의 약한 고리 파괴로도 회복 불가능한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관리 방안을 함께 활용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항공사업자들 역시 서비스 최우선 관행에서 벗어나 안전과 보안이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임을 인식할 때, 실질적인 항공기내보안요원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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