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고서 쓰는 한국, AI 판단'하는 괴짜들…패권은 누가 쥐는가

이상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0 16:02:03
김영수 AI빅데이터 박사 겸 한국 비즈니스 AI 연구소 대표
팩토리 애즈 어 서비스 전략 필요
표준 온톨로지 구축해야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마켓 드리븐 컴퍼니(Market Driven Company)'라는 기치를 내걸고 조직 전체를 뜯어고치는 초혁신을 단행했다.

 

▲ 김영수 AI빅데이터 박사 겸 한국 비즈니스 AI 연구소 대표

당시 현장에서 전략을 설계하며 뼈저리게 느낀 진실은 하나였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거대한 구조적 전환 앞에 서 있다. 데이터가 폭발하고 기술이 인간의 인지 속도를 추월하는 시대, 이제는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로의 전환이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최근 글로벌 AI 패권을 쥐고 흔드는 팔란티어, 안두릴, xAI 같은 기업들을 '괴짜'라 부르는 이유는 그들의 행색 때문이 아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는 맨발로 회의실에 들어와 철학과 윤리를 논하고, 안두릴의 팔머 럭키는 슬리퍼 차림으로 국방부 회의에 나타나 전통 방산업계를 정면 비판한다.

xAI의 일론 머스크는 전 재산을 걸고 로켓을 쏘고 인간 뇌에 칩을 심는다. 이들은 기존의 규칙을 따르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기업이 구축한 핵심 무기는 '폐쇄 루프(Closed Loop)'다. 관측하고, 판단하고, 실행하고, 학습하는 전 과정이 인간의 개입 없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자동 순환하는 구조다. 현대의 안보와 산업 환경은 이미 인간이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소집해 결정하기엔 너무 빨라졌다.

문제는 한국의 현주소다. 우리는 여전히 완벽한 기획과 예산 심의, 감사 대응을 거쳐야만 움직이는 '보고 문화'에 갇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일단 만들고, 현장에 던지고, 실전에서 고친다’는 방식으로 속도전을 펼칠 때, 한국은 데이터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고 결재를 기다리는 수직적 구조에 갇혀 시간을 허비한다.

보고는 넘치는데 정작 '판단하는 OS(운영체제)'가 없는 이 공백이 우리의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AI 도입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경로지만, 자체 구축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법은 '팩토리 애즈 어 서비스(Factory as a Service)', 즉 공장을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는 전략에 있다. 단순히 설비를 빌리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나 국가가 구축한 '공유된 폐쇄 루프' 위에 올라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결 과제가 있다. 산업별로 제각각인 데이터 언어를 통일하는 '표준 온톨로지(Ontology)' 구축이다. 이 공장의 프레스 데이터와 저 공장의 용접 데이터가 시스템 안에서 같은 언어로 해석될 때 비로소 AI는 효력을 발휘한다. 아울러 초기 비용 부담을 없애고, 불량률 감소 같은 성과가 났을 때 수익을 나누는 '성과 기반 계약' 모델이 도입되어야 중소기업의 문을 열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도 AI 리터러시는 필수 교양이자 생존 기술이 됐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 질문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역량'을 키워야 한다.

둘째, AI의 그럴듯한 오류를 걸러내는 '검증 능력'을 갖춰야 한다. 최종 책임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셋째, AI와의 대화를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Log)하여 나만의 '개인용 AI 운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등 강대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설계한 폐쇄 루프 안에 수동적인 사용자로 편입되어 '판단 주권'을 내어줄 것인가, 아니면 우리만의 독자적인 판단 구조를 가진 주체가 될 것인가.

기술은 수입할 수 있어도 판단하는 구조와 철학은 수입할 수 없다. 정부는 판을 깔고, 기업은 보고 대신 실행하며, 개인은 AI를 도구로 부리는 판단의 주체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AI라는 거대한 격변 속에서 관객이 아닌 주인공으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필자] 김영수 AI빅데이터 박사 겸 한국 비즈니스 AI 연구소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중동·스페인 법인장을 역임했다.

재직 중 서강대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AI빅데이터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스위스 프랭클린대 DBA(현장 경영학 박사) 학위도 보유하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학문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실전형 AI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기업과 공공 부문을 대상으로 AI 도입 및 디지털 전환 전략을 자문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AI 괴짜 삼국지’, ‘ChatGPT 메가 임팩트 11’,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AI’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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