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20년 최저임금, 이해되는 선택...노사 양측 양보하는 자세 필요해

강한결 / 기사승인 : 2019-07-12 1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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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말많고 탈많던 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사용자안(8590원)과 근로자안(8880원)이 표결에 부쳐져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사용자 위원과 노동자 위원 모두 이같은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현재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양측의 최초 의견 차이가 비현실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까지 최근 3년간 누적 인상률은 30.2%에 이른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18년 최저임금(7530원)은 인상률이 16.4%였고 올해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10.9%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소득주도성장을 경제 정책 기조로 삼은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걸었지만,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소비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그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한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1998년 9월부터 1999년 8월까지 적용된 최저임금(2.7%)과 2010년 적용된 최저임금(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기도 하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도 최저임금 1만원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1만원이 실현되려면 2021~2022년 2년 동안 14.1%(1410원)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공약 실천이 어려워졌다해도 이번 선택은 충분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만약 무리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했다면 재계와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의 불만은 더욱 커졌을 것이 자명하다.


또한 보수야당과 재계에서는 2020년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하는데 사실상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최저임금은 동결된 적이 없을 뿐더러 동결시 노동자 단체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오늘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며 "당연히 이의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양보의 자세로 이번 최저임금인상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사방이 꽉 막힌 한국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소중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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