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언론인 比 마리아 레사·露 드미트리 무라토프 공동수상..."표현의 자유 수호"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10-09 0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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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사, 필리핀 '마약과 전쟁' 비판…무라토프, 러시아 검열사회에 저항

올해 노벨 평화상의 영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표현의 자유 수호’에 앞장서온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58)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59) 등 2명의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권의 강권에도 굴하지 않고 이를 비판해온 필리핀의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의 마리아 레사 대표와 러시아의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드미트리 안드레예비치 무라토프 편집장 등 2명을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벨위는 “민주주의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대한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레사와 무라토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필리핀 마리아 레사(왼쪽)와 러시아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노벨위는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각각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감한 투쟁으로 평화상을 받게 됐다”며 “2021년 평화상 수상자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adverse condition)에 직면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같은 이상(ideal)을 수호하는(stand up for) 모든 언론인들의 대표자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18번째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된 레사는 2012년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를 공동설립했고 현재도 이를 이끌고 있다. 노벨위는 그녀가 언론인이자 CEO(최고경영자)로서 표현의 자유에 ‘두려움을 모르는 옹호자’(fearless defender)라고 평가했다.

레사는 조국인 필리핀에서 권력 남용, 폭력 사용, 그리고 점점 커지는 권위주의를 폭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이용한다. 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두테르테 정권의 살인적인 약물반대 운동(anti-drug campaign·마약과 전쟁)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다.

또한, 레사와 래플러는 소셜 미디어(SNS)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반대자들을 괴롭히고, 대중적 담론(public discourse)을 조작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보도하고 있다.

레사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미국·필리핀 이중국적자로, CNN 마닐라·자카르타 지국장을 지냈다.

노벨위는 무라토프에 대해서는 “수십 년 동안 점점 더 도전적인 상황(challenging conditions)의 러시아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왔다”고 평가했다. 푸틴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에 대해 외국 첩자를 뜻하는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등 압력을 넣고 있다.

1993년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Novaja Gazeta)를 공동설립한 무라토프는 1995년부터 24년 동안 편집장을 맡아왔다. 이 신문은 권력을 향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오늘날 러시아에서 가장 독립적인 신문으로 꼽히며,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 자세를 취해왔다.

노벨위는 “이 신문은 사실에 기반을 둔(fact-based) 저널리즘과 직업적(professional)인 성실성으로 다른 언론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러시아 사회의 비난받아야할 측면(censurable aspects)에 관한 정보의 중요한 제공처가 되어왔다”고 전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1993년 설립된 이래 부패, 경찰 폭력, 불법 체포, 선거 사기, ‘트롤 공장’에서부터 러시아 안팎에서의 러시아 군대의 작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비판해왔다.

이에 반대자들은 이 신문을 대상으로 괴롭힘, 협박, 폭력, 살인으로 대응했다. 노바야 가제타 창간 이후, 체첸 전쟁에 대한 폭로 기사를 쓴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가 2006년 10월 괴한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등 지금까지 6명의 기자가 살해당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살해·협박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의 독립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언론인이 직업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준수하는 한, 그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원하는대로 쓸 수 있다는 권리를 지속적으로 옹호해왔다.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저널리즘은 권력 남용, 거짓말, 전쟁 선전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노벨위의 시각이다.

노벨위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가 ‘정보에 밝은 대중’(informed public)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이러한 권리는 민주주의와 전쟁과 갈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레사와 무라토프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권의 보호와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벨위는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 우리 시대를 계승할 ‘국가 간 우의와 군축, 그리고 더 나은 세계 질서를 성공적으로 증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 조항에 확고히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인의 평화상 수상은 1935년 독일 카를 폰 오시에츠키(1889~1938)의 수상 이후 처음이다.

오시에츠키는 1차 세계대전 뒤 독일이 베르사유 조약(1919년 체결)을 위반하고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1931년 폭로해 반역 및 간첩 혐의로 투옥됐다. 반나치즘 운동도 전개했다. 히틀러는 그의 평화상 수상을 독일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고, 에스터베겐 강제수용소에 있던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1938년 5월 4일 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했다.

무라토프는 1991년 12월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 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최초의 러시아인이다. 소련 붕괴 이전에는 인권운동가이자 물리학자였던 안드레이 사하로프(1975년)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1990년)이 수상한 바 있다.

1901년 시작된 노벨평화상은 올해로 102번째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지급된다. 레사와 무라토프는 절반씩 상금을 받게 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그간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까지 5개 부문상이 발표됐다. 11일 마지막으로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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