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디지털 뱅크런' 우려에 선제 대응 필요성 대두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예수금 관리를 강화하고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오는 8월부터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올 연말까지 구축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에서 예수금 데이터를 받아 입력하던 종전 방식에서 탈피해 각사의 유동성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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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예수금 관리를 강화하고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예금보험공사 사옥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이는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사태로 ‘디지털 뱅크런’ 우려가 제기되고 지난 4월 OK·웰컴저축은행 등에 대한 악성 루머로 뱅크런 조짐이 일었던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예수금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유동성 위기에도 적절한 대처가 가능한데 기존 예보의 시스템으로는 적기 대응이 어려웠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SVB사태는 우리나라에도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금융위기로 치닫지는 않았으나 SNS를 통한 정보습득과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통한 입출금이 자유로워지면서 국내에도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IT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발생한 SVB사태는 미국 내 자산순위 16위였던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공시한 뒤 불과 36시간만에 420억달러가 모바일뱅킹으로 빠져나가며 파산한 사건이다. 또 지난 4월에는 근거 없는 ‘부동산 PF 1조원 결손’ 루머에 OK·웰컴저축은행이 시달린 바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로 전달됐던 악성 루머는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자칫하면 해당 저축은행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따라서 디지털 뱅크런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한 뒤 이에 대응할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 되고 있다.
SNS상에서 다양한 정보습득이 가능해지고 편리한 모바일뱅킹이 금융사를 위기로 몰 수 있는 만큼 예보는 금융사 예수금 등 데이터 입수 시스템의 자동화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또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은행권보다 예금비중이 적기는 하지만 모바일 앱을 통한 예수금 거래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시스템 구축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저축은행업계는 각사의 모바일 앱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축은행중앙회 ‘SB톡톡플러스’를 통한 예수금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당시 뱅크런이 발생했던 만큼 더욱 민감해진 금융 소비자의 행동을 예의 주시할 필요 때문에 이번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예보는 API(대외연계인터페이스)를 통해 79개 저축은행의 예수금 등 데이터 입수를 자동화하고 확보한 데이터 분석과 정기예금 중도해지율을 파악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알림기능을 개발해 각사의 유동성 임계치를 웃도는 상황을 체크하면 담당자에게 즉시 통보해 저축은행의 예수금 동향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다. 예보는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데이터 확보주기가 빨라져 적기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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