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된 인력의 가치, 무엇이 기업을 살리는가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11월 6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라인’은 단순한 재난 영화를 넘어, 우리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이 영화는 재작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후 포항제철소 열연공장에서 벌어진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서울의 봄’‘파묘’‘전란’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 홍서준이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던 본부장을 맡아 열연했다.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은 포스코는 당시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 고로(용광로) 3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포항제철소 모든 고로가 동시에 가동 중단에 들어간 것은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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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드라인' 포스터 [자료=네이버영화] |
한국경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건설된 포항제철의 약진과 함께 성장기를 맞았다. 그런 만큼 포항제철소의 용광로는 국내 산업을 365일 살아 숨 쉬게 하는 심장과도 같다. 반대로 포항제철소가 멈춘다는 것은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재앙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이런 때에 포항제철소의 용광고를 지키고, 고로가 다시 살아나도록한 원동력은 ‘포스코’에 대한 애사심으로 똘똘 뭉친 현장 직원들이었다. 평상시에도 한순간의 방심이 생명과 직결되는 현장이기에, 재난 당시라면 상상을 초월한 공포와 싸웠야 했을 것이다.
과부의 마음을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역시 같은 엔지니어 출신인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이와 같은 심정을 잘알기에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당시 포항제철소의 현장을 지킨 직원들을 방문해 감사를 전한 일이었다.
2024년 10월 현재 국내 경제계는 태풍 힌남노와는 비교도 안될 경제불황이란 재난을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숙련된 인력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숙련된 인력은 단순히 기술력 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와 노하우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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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홍서준 [사진=네이버 영화] |
글로벌 가전업체인 LG전자의 전성기 토대는 조성진 전 대표와 같은 기술자 출신 CEO의 리더십 아래 이루어졌다. 기술자들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며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보잉, 인텔과 같은 전통 제조업 기업들이 추락한 것은 단순히 기술력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며 기술보다는 숫자와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경영자를 더 우대하고, 이런 경영 방식에 점점 의존하면서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 ‘데드라인’은 일반 근로자와 엔지니어들의 사투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조명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기술자들을 먼저 찾아 감사를 표한 것은 단순히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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