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소개] 마음 귀퉁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박종훈 / 기사승인 : 2021-06-01 12:16:42
7년 만에 출간된 서정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사진 = 산지니 제공

 

언제부터였을까? 부쩍 '공황'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던 게.

지난 2014년 『이상한 과일』 이후 7년 만에 서정아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을 냈다.

실린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춰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됐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처럼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산다. 하지만 어느샌가 침투한 뜻 모를 불안은 조금씩 일상을 갉아먹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도 모른 척하며 그들은 오늘 하루를 '살아낸'다. 현실의 우리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휴가를 맞아 대만 가오슝으로 떠난 가족이 겪는 사건으로 한 가정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무더운 날씨에 갖은 고생 끝에 가족은 동물원에 도착하지만,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평온하다 못해 나른하다.

엄마인 도연은 이따금 서늘해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만, 사소한 일들마저 자꾸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카메라 렌즈에 금이 가고, 하마 우리에 하마가 보이지 않고, 아이가 떼를 쓰다 엉덩방아를 찧고, 예상치 못한 순간 야생 원숭이가 발치로 다가오고. 그녀는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서정아 작가는 인물이 겪는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오늘을 '살아내'고 다음 날 출근을 준비하는 현대인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현재 상황과 감정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한다.

가족에 대해, 아이에 대해, 그리고 그 어느 것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에 대해서도 현실은 종종 낯설음을 발견하게 한다.

혼란한 감정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매일을 사는 인물들을 보며, 독자는 그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산지니, 5월 20일 발행.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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