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가격 나란히 2060원대 고공행진...휘발윳값 10년2개월만에 역대 최고가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6-12 1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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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도 날마다 최고가 갱신...휘발유 17일 연속·경유 19일 연속 올라
휘발유·경유 가격 5주 연속 상승세...휘발유 24.5원, 경유 22.4원 올라
국제유가 120달러에 유류세 30% 인하효과 소멸...정부 대응카드 바닥
탄력세율 동원해도 휘발윳값 추가 인하효과 미미...유가환급금도 난망

국내 휘발유와 경유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이 모두 2060원대를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와 중국 상하이 봉쇄 완화 등으로 수급난이 악화하며 국제유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한 달 전 경유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한데 이어 휘발윳값도 10여년 만에 역대 최고 가격을 다시 썼다.

국제유가가 12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한시적으로 최대폭까지 적용중인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소멸됐지만 추가로 쓸 수 있는 정책카드도 마땅치 않아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휘발유와 경유 가격 추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 제공]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직전일(2056.79원)보다 7.80원 오른 리터(ℓ)당 2064.59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고 가격인 2012년 4월 18일의 2062.55원을 2.04원 경신한 역대 최고가다. 국내 휘발윳값이 10년 2개월만에 최고가 천정마저 뚫어버린 것이다.

11일 전국 경유 판매가격도 직전일(1054.37원)보다 9.16원 오른 2063.53원으로 나타났다.

▲ 석유류 제품별 주간 판매가격.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 제공]

국내 경유 가격은 이미 지난 5월 12일 1953.29원을 찍으며 기존 최고가(2008년 7월 16일 1947.74원)를 다시 쓴 바 있다.

이로써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윳값과 경윳값은 9일 2040원대(휘발유 2048.47원, 경유 2044.40원), 10일 2050원대에 이어 사흘 연속 거의 10원씩 성큼성큼 비슷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8일에는 휘발유 2042.04원, 경유 2036.52원이었다.

1주일 전인 지난 4일(휘발유 2026.21원, 경유 2018.44원)보다 휘발유는 38.38원, 경유는 45.09원이 올랐다.

올해 최저가였던 지난 1월 7일(휘발유 1620.98원, 경유 1439.13원)과 비교하면 무려 휘발윳값은 443.61원, 경윳값은 624.4원이나 상승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6.5∼6.9)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24.5원 오른 리당 2037.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유류세 인하율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됨에 따라 5월 첫째 주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44.2원 내렸지만, 이후로는 5주 연속 올랐다. 이번 주 경유 평균 가격도 전주보다 22.4원 오른 리당 2030.8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6일(2001.53원)부터 17일 연속, 경유 가격은 지난달 24일(2000.93원)부터 19일 연속 2000원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여파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서울=연합뉴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며 원유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들이 증가 또는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금수조치 강화 등 수급의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의 부스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인해 봉쇄됐던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의 방역조치가 완화하고 있고,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6~8월)까지 겹치면서 수요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원유 재고의 감소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국제유가는 어디가 천정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달 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고, 이후에도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10일 기준 WTI 가격(미국 Nymex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WTI 선물가격)은 120.67달러다. 8일(122.11달러)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사흘 연속 120달러대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싱가포르에서 거래된 현물 가격 추정값)도 118.94달러로 지난 3월 9일(127.86달러) 이후 올해 최고가를 기록중이다.

국제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휘발윳값 역대 최고가 경신 소식이 전해졌다.

▲ 국제유가 동향.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 제공]

유가 정보업체 ‘OPIS’ 집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밤 미국 내 일반 무연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3.78리터) 5달러(약 6400원) 선을 넘어섰다.

이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은 건 역대 처음이다.

정부는 5월 1일부터 유류세를 추가로 낮추면서 현재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30% 한시 인하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이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초과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까지 작용하면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석유류 가격 급등은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대응 여력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최근 휘발유와 경유 주유소 일일 판매가격.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 제공]

물론,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다면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을 37%까지 늘릴 수는 있다.

현재 유류세는 교통세(에너지·환경세 포함)와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를 합친 금액에다 부가세 10%를 더한 금액이다.

원래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리터당 821원이지만,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164원) 인하한데 이어 5월 1일부터는 10%를 추가 인하해 최대폭인 30%(247원)를 내렸다.

유류세 중 교통세는 현재 법정세율보다 소폭 높은 탄력세율(리터당 529원)을 적용하고 있다. 이 탄력세율 대신 법정 기본세율(리터당 475원)을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3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 리터당 유류세는 516원까지 내려간다.

교통세에 탄력세율과 30% 인하율을 적용하면 370원이 되고, 여기에 교육세 56원, 주행세 522원, 부가세 52원을 더해 유류세는 리터당 574원이다.

교통세에 기본세율과 30% 인하율을 적용하면, 교통세 333원, 교육세 50원, 주행세 86원, 부가세 47원을 더하면 유류세는 리터당 516원이 된다.

교통세에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30% 인하율을 적용하면 탄력세율 적용 때보다 리터당 57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국제유가 급등 상황에서 유류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상승하며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가격은 8.3%나 치솟았다.

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까지 겹치며 수출물가와 무역수지를 어렵게 한다.

돈벌이는 제자리걸음인 상태에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민간소비와 투자, 생산 위축으로 이어지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를 지켰던 수출마저 위태롭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지급이 대책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데다 재원도 마땅치 않아 역시 현실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가를 잡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은 재정 지원을 가급적 줄이고 민간 자율에 경제를 맡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에도 국제유가가 14%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등 유가는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기름값이 추가로 오르더라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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