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지난해 영업익 6000억...삼성 인수 후 최고 실적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이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독일 소재 회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멈췄던 M&A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 만큼 이번 인수가 올해 공격적인 M&A 전략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
▲ 하만 CI |
삼성전자는 전장 전문 자회사 ‘하만’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의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아포스테라는 자동차용 HUD와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 AR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증강현실‧영상처리‧센서 등을 통해 기존 HUD 장비의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UD는 전투기에 최초로 적용된 장비로 전면 유리창에 정보를 투사해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이동 속도가 빠른 만큼 조종사의 시선이 진행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개발됐다.
자동차 업계에는 1988년 GM의 올즈모빌 커틀러스 슈프림에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2001년에는 토요타, 2003년에는 BMW가 적용해 대중화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다수의 국산 차량에도 탑재되고 있다.
초기엔 차량의 속도와 RPM만 표시했었으나 현재는 네비게이션 진행 방향 등도 알려준다. 자율주행 기술과 연동하기에 적합해 전장산업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을 디지털 콕핏(운전 공간) 제품에 적용해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크리스티안 소봇카 하만 오토모티브 사업부장은 "하만은 항상 차량 내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왔다"며 "아포스테라 솔루션을 통해 소비자들은 차량 내 모든 디스플레이에서 보다 풍부한 AR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한편, 하만은 지난해 영업이익 6000억 원을 기록해 지난 2017년 3월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 2019년 3200억 원의 약 2배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고속 성장 중인 커넥티드카 전장 시장, 특히 '차량 내 경험' 시장에서 아포스테라 인수 등을 통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량 내 경험이란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HUD를 포함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운전자 모니터링 등 탑승객 편의를 위한 기술을 뜻한다.
하만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함급 전기차 EQS에도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로부터 '다임러 공급업체 어워드' 중 특별 혁신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5G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5G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지난해 출시된 BMW의 SUV 전기차 'iX'에 업계 최초로 공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IT 기술 도입 가속화에 따라 차량 내 경험이 중요해 지고 있다”며 “하만은 전장 분야뿐만 아니라 오디오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지속 협업하며 시너지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아포스테라 인수에 대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올해 삼성이 공격적인 M&A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점에서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당시 재계에서는 2016년 하만 이후 지지부진했던 M&A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 측도 최근 M&A 추진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이며 빅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