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릭 피스커와 테슬라의 과거 관계 재조명
애플카보다 독자 노선 택한 폭스콘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피스커는 대만의 아이폰 위탁생산 기업 폭스콘과 전기차 협력 생산 계약을 맺었다. 미국에 합작 생산 공장을 짓고 오는 2023년부터 피스커 브랜드로 전기차를 양산하는 게 목표다.
업계에서는 피스커가 과연 이번 폭스콘과의 협력으로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스커와 테슬라는 과거 2000년대 중반 한차례 소송으로 악연을 겪은 적이 있어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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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헨릭 피스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의 소규모 고급 전기차 메이커 피스커는 BMW와 포드, 애스턴마틴 등에서 활동했던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헨릭 피스커가 본인의 이름을 딴 ‘피스커 오토모티브’를 2007년 창립했다. 이후 지난 2016년 ‘피스커’로 재설립해 현재의 모습이 됐다.
헨릭 피스커는 2007년 당시 전기차 스타트업 테슬라의 첫 스포츠 세단 ‘모델S’를 디자인한 바 있으며, 같은 해 피스커 오토모티브 창립 후 전기 스포츠 세단인 ‘카르마’를 출시했다.
이때 테슬라는 아이디어 도용으로 피스커를 고소했지만, 미 법원은 피스커 오토모티브의 손을 들어줬다. 전기차로의 구조적 측면은 둘째 치더라도 테슬라 모델S와 피스커 카르마는 디자인적 유사점이 많았다.
라디에이터 그릴 유무의 차이는 있지만, 낮고 길게 뻗은 전면부와 스포츠카 같은 비율에 문 4개 달린 쿠페형 세단이라는 점에서 디자이너 헨릭 피스커의 취향이 공통적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업계의 시각도 있었다.
헨릭 피스커는 창업 이전 애스턴마틴 디자이너로도 유명했지만, 그가 업계에 제일 확실히 눈도장을 찍게 된 작품은 BMW Z8이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007: 언리미티드’에 처음 등장해 일명 ‘본드카(Bond car)’로도 불렸던 Z8은 헨릭 피스커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대표작이다.
웃는 입처럼 횡으로 넓게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을 고전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을 받았다. 긴 후드와 짧은 트렁크로 이뤄진 일명 ‘롱노즈 숏데크’ 비율은 1950년대 이전에나 봤을 법한 영국식 로드스터 실루엣의 전형이었다.
헨릭 피스커는 굵직한 유수의 브랜드에서 화제작을 작업한 뒤인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첫 브랜드 ‘피스커 코치빌드’를 설립한다.
코치빌드(coach build)란 다른 기존 메이커의 완성차를 받아와서 차체 내외관 디자인을 바꿔 새 차로 재탄생시키는 일종의 차량개조 사업이다. 이탈리아에선 카로체리아(Carrozzeria)로 불린다.
1980~90년대에는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가 이탈디자인과 피닌파리나 등의 카로체리아에서 디자인을 구입해 생산하기도 했다.
이 피스커 코치빌드는 현재 전기차 제조사인 피스커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
2007년 헨릭 피스커는 자신의 첫 전기차 브랜드 출범과 동시에 벌어진 테슬라와의 소송에서는 살아남았지만, 그 뒤 순탄치 않은 길을 걷게 된다.
2011년에는 카르마에 탑재되는 A123시스템즈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리콜하는 사태를 겪었다. A123시스템즈가 이 직후 파산하며 이듬해 카르마는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2013년도에는 창립자 헨릭 피스커가 사임하고 파산 위기까지 맞은 피스커는 결국 그해 중국의 완샹그룹에 인수됐다.
브랜드의 상징적 존재였던 헨릭 피스커는 지난 2016년 완샹에 매각한 기업과는 별개로 피스커를 다시 전기차 전문 기업으로 설립하고 최고 경영자가 된다. 완샹은 인수한 피스커오토모티브를 ‘카르마 오토모티브’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다시 피스커라는 전기차 기업을 헨릭 피스커가 이끌게 된 것이다. 올해는 자사 첫 전기 SUV ‘오션’을 공개하며 시장에 재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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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커의 신모델 '오션' [피스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한편, 피스커와 손잡은 폭스콘은 한때 애플의 전기차 생산 위탁업체로도 유력하다는 설이 제기됐었으나, 올해 미국의 피스커, 유럽의 스텔란티스와 협력 계약을 체결해 전기차 독자노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피아트 주축의 FCA그룹이 프랑스 푸조‧시트로엥의 PSA그룹을 합병하며 올해 초 출범한 유럽 거대 자동차그룹이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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