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3년 내 전 차종 전기차 전환 예고
포드, 전기 머스탱으로 '승부'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전기차 바람이 고성능차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설립부터 전기차 업체로 시장에 진입한 테슬라는 전기차 특유의 고출력을 앞세워 고성능 브랜드로도 단번에 어필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전통적인 내연기관 완성차업체들은 친환경 전기차 제조사로 전환함과 동시에, 기술력 정체성의 핵심인 고성능 모델에도 전기모터를 적용해야 할 숙제를 떠안았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화제 속에 출시된 아이오닉5를 필두로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내년에는 콘셉트카 프로페시의 양산형으로 알려진 ‘아이오닉6’와 제네시스 첫 전기차 ‘제네시스X’를 출시할 예정으로, 현대의 본격적인 고성능 전기차가 시장에 데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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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프로페시 콘셉트카 [사진=현대차기아 제공] |
현대차는 크로아티아의 전기 스포츠카 제조사 ‘리막’에 투자해 지분 18%를 보유 중이다. 이에 지난해 프로페시 콘셉트카가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현대차 첫 전기 스포츠카에 리막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을 추측하기도 했다.
2009년 당시 21살 청년 메이트 리막에 의해 설립된 리막 오토모빌리티는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최대출력 1088마력에 달하는 전기 하이퍼카 ‘콘셉트원‘을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리막은 전기 스포츠카의 구동계와 배터리 생산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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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막 홈페이지 갈무리] |
리막에 현대차만큼이나 적극 투자한 기업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포르쉐다.
포르쉐는 최근 리막 오토모빌리티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기존 15%에서 24%로 대폭 확대하며 창업자인 메이트 리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동시에 모기업인 폭스바겐은 보유하고 있던 슈퍼카 메이커 부가티의 지분을 리막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보면 폭스바겐그룹이 포르쉐를 통해 부가티와 리막을 맞교환한 셈이다.
업계는 이를 폭스바겐그룹이 추진 중인 ’슈퍼카 전동화‘ 전략의 큰 포석으로 풀이했다. 리막이 보유한 고성능 전기차 기술력과 자사 브랜드의 시너지효과를 기대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출시된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은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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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 홈페이지 갈무리] |
타이칸과 J1플랫폼(차의 뼈대)을 공유한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 ‘e-트론 GT’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e-트론 GT는 디즈니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한 차례 모습을 보인 적이 있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포르쉐와 리막을 통해 고성능차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웃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1월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그룹과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이 합병하며 탄생했다. 52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M&A로 화제를 모았으며 세계 4위 규모 거대 자동차 기업체의 등장이었다.
스텔란티스는 라틴어 동사 스텔로(stello)에서 따와 “별들로 밝아짐”을 의미하는 기업명만큼이나 여러 스타 제조사들이 밀집해있다.
합병을 주도한 FCA그룹은 이탈리아 국민차 기업으로 불리는 피아트를 중심으로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등 유명 고성능 메이커들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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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란티스 합병을 주도한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FCA홈페이지 갈무리] |
오랜 세월 그룹의 간판 스타였던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는 비록 단독 상장을 위해 독립했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가 유지하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지난 1월 19일 그룹 합병 후 첫 화상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까지 하이브리드 포함 총 전기차 10종 출시 계획을 밝히며, 오는 2025년부터는 그룹의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스포츠카 메이커인 마세라티와 알파로메오를 비롯해 고성능 튜너 브랜드 아바르트(Abarth), SRT 등이 포진한 스텔란티스가 전 차종의 전기화를 추진한다면 가장 막강한 고성능 전기차를 다수 보유하게 된다.
폭스바겐이나 스텔란티스처럼 일반 차종부터 서서히 전동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자사 고성능 튜너부터 먼저 전기차브랜드로 전환한 독특한 메이커가 있다.
스웨덴 볼보는 흔히 대중에게 안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으나 ‘폴스타(Polestar)'라는 고성능 튜너 디비전을 보유하고 있다. 볼보의 레이싱용 고성능 차량을 전문 제작·개조하던 브랜드로 그 시작은 벤츠의 AMG, BMW의 M과 같았다.
볼보는 내부 부서에 가까웠던 브랜드 폴스타를 지난 2017년 분사시키며 고성능 전기차 메이커로 전환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내연기관 차량 개조를 맡아오던 폴스타는 이로써 독자적으로 고성능 전기차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메이커로 탈바꿈하게 됐다.
CEO에 볼보의 총괄 디자인을 맡고 있는 토마스 잉엔라트가 임명돼 폴스타가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경쟁력에도 집중하고 있는 메이커임을 알렸다.
현재 폴스타는 전기 스포츠 쿠페인 폴스타1과 쿠페형 SUV인 폴스타2를 생산 중이며, 지난 3월에는 처음으로 폴스타코리아 법인을 설립해 국내 정식 수입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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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스타1 [폴스타 홈페이지 갈무리] |
지구 반대편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포드의 고성능 전기차 마하E(Mach-E)가 높은 판매량을 올리며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마하E는 포드의 서브 브랜드 머스탱 라인업으로 출시돼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1964년 처음 출시된 머스탱은 지난 50여 년의 기간 동안 꾸준히 라인업을 이어오며 포드의 대표적 스포츠 쿠페로 자리잡았다.
포드가 일반 차종에서 뿐만 아니라 머스탱 엠블럼을 단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점은 테슬라가 선점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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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드 머스탱 마하E [포드 홈페이지 갈무리] |
포드는 지난 2월 미국 내 판매보고서를 통해 한 달간 판매된 마하E가 3739대를 기록했으며, 주문의 약 70%가 경쟁사 브랜드를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과 미국의 대표적 메이커들이 고성능 모델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며 이른바 ‘전기 스포츠카’ 시대가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머지않아 도로에서도 요란한 배기음 소리가 아닌 전동 모터의 “위이잉” 소리가 고성능 스포츠카를 상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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