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장례식 직후 조문록 작성 예정…현지 상황으로 하루 순연
결혼식·대관식 장소였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국장 후 윈저성 이동
70여년 해로하다 지난해 먼저 세상 떠난 남편 필립공 곁에 영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거행된다.
‘세기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500명과 영국 전·현직 총리 등을 포함해 약 2천명이 참석한다. 100만명의 인파가 운집해 세기의 장례식을 지켜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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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19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 전경. 여왕의 시신을 담은 관이 막 운구를 마쳤다. [BBC 유튜브 영상 캡처]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수장과 왕족 등 귀빈들의 면면이 속속 확정되면서 장례식은 좀처럼 열리기 힘든 ‘세기의 조문 외교’로 펼쳐지는 양상이다.
다만, 영국과 외교 관계가 틀어진 러시아와 벨라루스, 미얀마 등은 장례식에 초청 받지 못했다.
지난 8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19일 오전 10시 44분(현지시간) 여왕의 관이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진 뒤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부터 장례식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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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19일(현지시간) 여왕의 시신을 담은 관이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
장례식이 오전 11시 55분께 끝나면 나팔 소리와 함께 영국 전역이 2분간 묵념에 들어간다. 이어 백파이프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낮 12시 장례식이 종료된다.
장례식이 끝나면 여왕의 관은 말이 끄는 총포차에 실려 런던의 역사적인 중심부를 지나 버킹엄궁 인근 웰링턴 아치까지 운구된다. 여왕의 관이 운구되는 동안, 런던의 상징 빅벤에선 1분 간격으로 종이 울린다.
찰스 3세 국왕과 왕실의 일원들이 뒤를 따르고, 커밀라 왕비, 캐서린 왕세자빈, 메건 마클 왕자빈 등은 자동차로 행렬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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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을 보기 위해 모인 추모객들이 19일(현지시간) 윈저성 앞에 몰려들고 있다. 여왕은 세인트 조지 예배당 내 조지 6세 기념 예배당에 안장될 예정이며 지난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묻힌다. [윈저성 EPA=연합뉴스] |
이후 여왕의 관은 영구차에 실려 윈저성에 도착하고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를 조금 넘겨서 윈저성 내 성조지 교회로 옮겨진다. 이어 여왕의 가까운 가족을 위한 비공개 예배가 열린다.
이후 여왕의 관은 지난해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안장돼 영면에 든다.
70년간 영국의 군주로 재위한 여왕의 장례식은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장례식 이후 57년 만에 영국에서 치러지는 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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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을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 거리에 여왕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고 시민들이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며 묵념하고 있다. [벨파스트 AFP=연합뉴스] |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 국가 정상과 여왕이 지원했던 자선단체 대표 등 2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사전에 이들 2천여명의 각국 인사들을 수용할 공간이 준비됐다.
해외 귀빈들은 전날 오후 찰스 3세 국왕이 연 공식 리셉션에서 만난 뒤 이날 여왕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다.
장례식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이탈리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주요국 정상과 기구 수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이스라엘에선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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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실 절차. [그래픽=연합뉴스] |
중국에서는 영국 정부의 초청에 따라 왕치산 부주석을 장례식장에 보내기로 했다.세계 각국의 왕실 인사들로는 나루히토 일왕 부부,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막시마 왕비, 벨기에의 필립 국왕과 노르웨이의 하랄드 5세 국왕, 스페인 펠리페 6세 왕과 레티시아 왕비,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 등이 장례식에 참석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유럽 최장수 군주가 된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82) 여왕도 직접 장례식에 온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8촌 친척관계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초청됐으나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는 2018년 터키에서 피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돼 있어 인권단체들이 이번 장례식 초청에 반발하기도 했다.
외교적 긴장 관계로 인해 대사가 초청된 나라도 있다. 북한을 비롯해 이란, 니카라과 등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맹방' 벨라루스는 아예 초청받지 못했다. 시리아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정상들도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해 2월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영국과 관계가 멀어진 미얀마 역시 초청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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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열린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질 바이든 여사가 장례식이 거행되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고 있다. [런던 AFP=연합뉴스]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고인을 추모하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장례식에 동행한다.
전날 첫 순방지인 영국 런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위로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조문록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앞서 조문록 작성은 윤 대통령의 런던 도착 첫날인 전날 진행하는 쪽으로 조율됐지만, 런던 교통 상황 등과 맞물려 하루 미뤄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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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취지로 조문록을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5박7일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 참석을 끝으로 1박 2일의 런던 일정을 마치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다.
뉴욕에서는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한미·한일정상회담도 추진한다. 이어 2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갖는다.
<연합뉴스·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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