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전문가 회의 “더 큰 규모 가능성은 작지만, 지속 모니터링 필요”
4월 23일 이후 같은 해역 진앙 5㎞ 이내서 규모 2.0 이상 13회 발생
행안부, 지진위기경보 단계 '관심'서 '주의'로 상향…지진 비상대응반 운영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과연 동해 바다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월요일 아침, 지난달부터 지진이 잇따르던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규모 4.5지진이 발생하면서 대형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오전 6시 27분 37초에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북위 37.87도‧동경 129.52도)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31㎞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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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6시 27분 37초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밝혔다. 진원의 깊이는 31㎞로 추정됐다. [출처=기상청] |
흔들림이 어느 정도였는지 나타내는 계기진도는 강원과 경북에서 3이고 충북에서 2로 추산됐다. 계기진도 3은 ‘실내, 특히 건물 위층의 사람이 현저히 느끼고 정차한 차가 흔들리는 정도'를, 계기진도 2는 ’조용한 곳에 있거나 건물 위층 소수의 사람은 느끼는 정도‘의 진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소방당국에 지진을 느꼈다고 신고한 유감신고 건수는 오전 7시까지 18건이었다.
이번 규모의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가능성은 없었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동남해안을 따라 자리해 우려된 원자력발전소 안전에도 영향이 없었다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밝혔다.
규모 4.5 지진은 이번 동해시 해역의 연속지진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4월 23일 이후 이번 지진의 진앙 5㎞ 이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이번까지 모두 13차례나 된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이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미만 미소지진을 포함하면 36차례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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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규모 4.5지진이 발생한 동해 지진 진앙 5km이내에서 지난 4월 23일 이후 이날까지 일어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13차례나 된다. [출처=기상청] |
규모가 4.5 이상인 지진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것은 2021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해역 지진(규모 4.9) 이후 1년 5개월만이다. 1978년 이후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28차례에 이른다.
1978년 이후 동해에서 일어난 최대 지진은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7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 지진이었다. 이번 지진의 진앙반경 50㎞ 이내에서 이전에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은 2019년 4월 19일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일어난 규모 4.3 지진이었다.
연속지진에 규모 4.5 지진까지 발생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이날 사전 대비 차원에서 지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행안부는 지진 대응부서 중심으로 지진 비상대응반을 운영해 후속 상황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4월 25일 연속지진에 지진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지진 위기경보는 가장 경미한 단계부터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지진위기경보 ‘주의’ 단계는 ▲규모 4.0 미만의 지진 또는 최대진도Ⅴ 미만의 지진이 특정 지역에서 짧은 기간 동안 3회 이상 발생해 상황관리 및 관련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나, ▲‘경계’ 및 ‘심각’ 단계 해제 이후 높은 위험 수준의 여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 시 발령된다.
행안부 지진 위기경보는 2019년 1월 처음 시행된 이후 이번까지 모두 7번 발령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진위기경보 단계가 ‘주의’ 단계로 상향됨에 따라 “특히, 각 부처 및 지자체에서는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하여 기관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임무·역할을 점검하고, 국민들께서 행동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를 강화할 것”을 긴급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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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진발생 위치(왼쪽)와 진도 상세정보(오른쪽). [출처=기상청] |
이날 규모 4.5 지진을 포함해 동해 해저가 잇따라 흔들림에 따라 전문가들은 더 큰 규모의 지진을 배제 못한다며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상청은 지난 12일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지진전문가 회의’에서 강원 동해시 해역 등에서 연속적으로 지진이 발생한 원인과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동해해역 발생 지진에 대해 현재까지 관측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 지진사례 수준의 간헐적 지진 발생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다만, 일정기간 연속지진으로 발생한 유사사례와 비교해 보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동해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3회 발생한 것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며 “공간적 거리와 주변 단층분포 및 원인 등이 다르므로 연관성은 낮지만 동해시 해역지진과의 시기가 유사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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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동해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의 정보 분석에 사용된 관측소(왼쪽)와 이번 지진의 발생위치로부터 거리에 따른 지진파의 전파 양상. [출처=기상청] |
단층운동 분석에 따른 모멘트 규모(Mw)는 3.7로 분석됐다. 모멘트 규모는 지진을 발생시킨 단층의 움직임을 해석해 계산한 규모다.
이번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동해시 해역지진이 과거 지진활동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며 역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역지진의 분석은 오차가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역단층은 상반이 위에 자리하고 하반이 밑인 단층으로 양쪽에서 미는 힘(횡압력)으로 형성된다.
기상청은 현재 강원권과 동해 중부해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지하 단층‧속도구조 통합모델 개발’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동해 해역지진의 발생원인을 규명하고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동해시 해역지진으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해당 지역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24시간 365일 지진 감시‧통보체계 가동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발생은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유관기관 등 정부 부처에서는 낮은 가능성까지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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