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금리정책만큼은 한은에 맡겨두자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03-22 09: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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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우리나라의 시장 관계자들을 술렁이게 할 만했다. 일부에서 “연준이 슈퍼 비둘기가 됐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그 내용은 어느 때보다 ‘완화적’이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보유자산 축소 작업을 조기에 종료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시중 자금을 옥죄어온 두 가지 긴축카드를 동시에 거둬들인 것이다. 시장엔 희소식이다.


다소 들뜬 듯한 분위기는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출근길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연이어 나왔다. 이 총재는 언제나처럼 두루뭉수리한 수사들을 동원해가며 에두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 하나는 분명히 전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이 완화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완전히 거둬들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금리정책 변화를 채근하는 듯한 기자들을 성급하다 탓할 이유는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일을 앞서 묻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그들의 질문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질문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요즘 우리 사회엔 보이지 않는 금리 인하 압력이 팽배해 있다. 유력한 여권 관계자나 정부 당국자가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감청고소원으로 한은의 ‘결단’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이주열 총재 또한 그걸 모를 리 없다.


경제정책 당국 등이 통화정책을 독립기관인 한은에 맡겨두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정부 측의 침묵은 반드시 그래서인 것만은 아닌 듯 보인다. 진짜 이유를 따지고 들자면 그건 현 정부의 ‘업보’ 탓이라 할 수 있다. 장관과 국무총리가 연이어 나서서 금리를 올리라고 한은을 압박한 것이 불과 반년 전쯤의 일이니 하는 말이다. 당시 한은은 정부의 공격 탓에 엉뚱하게도 부동산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정부의 압박이 주효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정황상 금리를 내려도 시원찮은 판에 금리가 인상되자 시장에선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당시 한은의 금리 인상은 무리한 선택이었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지금의 경기 부진 상황은 지난 11월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다 할 수 없다. 국내 상황만 놓고 보자면 한은이 금리 인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금리 인상을 압박했던 ‘전과’가 없었더라면 정부는 벌써 금리를 내리라고 한은을 몰아붙였을지 모른다.


그러던 차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한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연례협의차 한국을 방문한 IMF 미션단이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미션단이 경제사령탑 등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션단의 메시지는 정부의 가려운 곳을 작심하고 긁어주려는 듯한 내용 일색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경제적 난국에 대한 구체적 진단은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에겐 IMF에 대한 고약한 기억이 남아있다. 외환위기 당시 빚쟁이로서 위세를 부리며 우리 국민을 고통스럽게 했던 기관이 IMF다. 당시 IMF가 한국에 내린 처방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IMF의 처방이 정확한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그 처방이 옳든 그르든,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처신이다. IMF의 처방을 빌미로 정부가 간접적으로나마 한은을 압박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통화정책은 중앙정부라 할지라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한은 고유의 독립된 업무 영역이다. 그러니 IMF 처방을 수용할지 여부도 전적으로 한은의 독자적 판단에 맡겨두는 게 옳다. 당위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통화정책 수립과 운용은 한은의 몫이어야 한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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