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미·중 갈등 속 시총 1조$ 증발…트럼프 재선에 악재?

강한결 / 기사승인 : 2019-05-14 13: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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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미국과 중국이 관세 힘겨루기 국면에 들어서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다음달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지난 10일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13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0% 안팎 상승하면서 20선을 넘어섰다.


VIX는 주가지수 옵션 가격에 내재된 주가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낸 지수로, 옵션시장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미래 주가 변동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변동성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향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이며, 이는 투자 손실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러스트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617.38포인트(2.38%)나 폭락한 2만5324.9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19포인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69.53포인트(2.41%) 내린 2811.8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9.92포인트(3.41%)나 급락한 7647.02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지수는 지난 1월 3일 이른바 '애플 쇼크' 이후로 4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의 낙폭은 지난해 12월 4일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외신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발표 이후 기술주를 중심으로 각국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세계 증시의 시가총액 1조 달러가 줄었다고 추산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무역전쟁이 무한정 지속될 수 있다는 고통스럽고도 새로운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증시도 타격을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4포인트(0.26%) 내린 2073.67을 가리켰다. 장중 한때는 2056.7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장중 기준 지난 1월 9일의 2034.19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저치다. 오전 11시 40분 현재 코스피는 2087.42였다.


원/달러 환율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장 출발과 함께 연고점(1190원)을 경신한 환율은 현재 보합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중 기준으로 2017년 1월 11일(1202.0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후 1시 23분 기준으로 환율은 1187.10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위안화 약세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이 불발된 여파로 인해 달러·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6.9위안까지 상승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평가받는 미국 국채와 금의 가치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초장기물인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33%포인트 내린 2.840%,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59%포인트 낮은 2.193%에 각각 거래됐다.


또한 금값도 급등했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6분 기준 국제 금값은 온스당 1299.62달러로 직전 거래일 대비 1.09%나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암호화폐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4일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8시 18분 전일 대비 12.67% 상승한 909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8시께 931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더리움도 22만8900원으로 전날 대비 5.09% 상승했다. 이밖에 리플은 391원(6.53%), 비트코인 캐시 45만7700원(11.49%) 등 대부분 암호화폐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암호화폐가 그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가 위험회피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값 급등과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역분쟁이 장기화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무역분쟁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해왔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의 경제 호황과 맞물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역분쟁이 과열된다면 실제로 경기에 영향을 미쳐 침체 국면을 맞게 되고 정치적으로 갖고 있던 효과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준 폭스뉴스마저도 재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분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는 1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의 대(對)중 추가관세 부과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미·중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적기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경제 전문가들도 미·중의 힘겨루기가 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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