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62·사법연수원 14기)을 임명하며 검찰 개혁에 대한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새해 첫 결재를 통해 추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이어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추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앞서 추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문 대통령이 새해 첫 일정으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장·차관들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찾을 때에도 국무의원 자격으로 함께했다.
이어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시무식, 오전 11시에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정부신년회에 나왔다.
추 장관 임명으로, 지난해 10월 14일 조국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80일 만에 법무부 장관 공석 상태가 해소됐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조국 전 장관 지명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102/p179566071600155_685.jpg)
추 장관 임명은 지난 12월 31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시한은 최대 열흘까지 가능하지만 이틀만 줬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 휴일이어서 실제로는 하루의 말미만 준 셈이다.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없이 장관급 인사가 임명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째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등에서 ‘국회 무시’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같은 야당의 비판이 예상됐음에도 추 장관을 신속히 임명한 것은 집권 4년 차 새해를 맞아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겼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3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으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종료됐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약력. [그래픽= 연합뉴스]](/news/data/20200102/p179566071600155_768.jpg)
추 장관이 공식 임명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법안도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법무부 수장까지 새해 첫날에 서둘러 임명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 조직정비와 수사관행 개선 등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 합동 인사회에서 가진 신년인사에서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며 "권력기관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권력기관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며 "저 또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고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102/p179566071600155_475.jpg)
추 장관도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환담을 하면서 "다시 없을 개혁의 기회가 무망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이 유능한 조직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를 통해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근절하고 집중된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기회를 국회가 만들어 줬다"며 "이를 잘 뒷받침해서 국민의 바람이 한시바삐 실현되고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검찰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것이 명의다"라고도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겨냥한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수사를 의사의 수술에 비유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인권을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검찰이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인권을 중시하면서도 정확하게 범죄를 진단하고 응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3일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임기가 개시된 2일 곧바로 출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루 늦춰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추 장관이 앞으로 검찰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구시대적 수사 관행 개선 등 후속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줄곧 고조돼 온 검찰과 청와대·여권 간 갈등을 완화하고 이견을 조율하며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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