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19일 귀국하며 밝힌 일성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에어캐나다 여객기를 타고 돌아온 안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정치활동을 본격 재개했다.
안 전 의원의 귀국은 2018년 9월 독일로 떠난 이후 1년 4개월만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에 출마해 패배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해외로 출국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방문학자로 머물러왔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120/p179566082557223_902.jpg)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생각과 관련, “실용이란 이상적인 생각에만 집착하는 것을 거부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다. 어렵고 외로운 길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렇지만 7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바람을 다시 가슴 깊이 담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저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4·15 총선을 80여일 앞둔 시점에서 안 전 의원이 정치 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총선 정치지형에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언에 비춰보면,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 합류하기 보다는 독자세력화에 더 치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 만큼 일단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리모델링하는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 세력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어 당을 떠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자신의 실용정치 구상을 기반으로 한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상황이 이뤄지려면 전제 조건이 따라야 한다. 손학규 현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고 안 전 의원에게 전적으로 협조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전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와의 관계 정리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안 전 의원이 제3지대에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안 전 의원은 "일단 당 내외 여러분을 찾아뵙고 상의드리려 한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어떤 선택지든지 간에 향후 안 전 의원의 행보는 야권발 정계개편 논의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중도 진영으로 세 확장이 절실하고, 중도·보수 통합을 논의 중인 혁신통합추진위까지도 안 전 의원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결은 다르지만, 안 전 의원이 호남에 기반을 둔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등과 통합할 수 있다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120/p179566082557223_917.jpg)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전 의원은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우선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기저에는 현 정권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 과거지향적이며 무능한 국정운영이 자리잡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반대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며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려는 야당들이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은 현 정부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의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법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가짜 민주주의 등장과 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모든 의지와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불공정한 규칙을 최대한 없애고 청년 세대들을 위한 초석을 다시 놓겠다"고도 다짐했다.
이날 안 전 의원이 귀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는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이 그를 기다렸고, '당권파'인 임재훈·최도자 의원도 안 전 의원 도착 1시간여 전부터 나와 있었다.
안 전 의원이 입국 게이트를 통해 등장하자 공항은 지지자들의 환호성과 "안철수"를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안 전 의원은 환한 얼굴로 지지자들을 둘러본 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이어 게이트 옆에 약식으로 마련된 회견 장소로 이동했다.
안 전 의원은 지난 선거 때의 실패를 되돌아보며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큰 기대와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바른미래당이 현 상황에 처한 것 역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 체류 생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지난 1년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정치를 시작한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정치 초년생이었던 저의 부족함으로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20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광주 5·18 묘역을 잇따라 참배한다. 첫 공식 일정의 하나로 광주 방문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신 많은 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제가 그때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감사의 말씀 드리러 가는 게 제 도리"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4년 전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원내 제3당으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과연 1년 4개월만에 초심을 상기하며 돌아온 그가 ‘실용적 중도정치’를 앞세워 또 한 번 총선 정국에 ‘바람’을 몰고올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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