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호르무즈 해협 독자파병 결정 배경은?...왕건함, 강감찬함과 임무교대 작전범위 확대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2 02: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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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독자 파병' 카드를 선택했다.


국방부는 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청해부대가 확대된 파견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와 협력할 예정이며, 정보 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병 결정은 무엇보다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중동 지역은 약 2만5000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또, 우리 선박이 연 900여 회나 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해협으로, 미국은 지난해 6월 이곳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번 결정을 통해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사실상 '독자 파병' 카드를 선택한 것은 미국은 물론 이란과의 관계까지 두루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다.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그간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하게 되면 이란에게 한국도 '적'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인 활동을 선택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정부가 깊은 고민 끝에 ‘독자 파병’으로 선회한 데는 일본의 경우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보냈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지난 주말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독자적 작전' 형태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청해부대 작전임무 구역은 현재보다 3.5배로 늘어나게 됐다.


 


2016년 3월 훈련하는 왕건함 특수전대원들. [사진=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2016년 3월 훈련하는 왕건함 특수전대원들. [사진=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청해부대는 그동안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의 1130㎞ 구역에서 선박 호송작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오만 살랄라항을 기준으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 이라크 주바이르항 인근까지 2830여㎞를 확장해 임무를 수행한다.


정부의 독자 파견 결정에 따라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급)이 첫 임무에 투입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명으로 이뤄졌다.


왕건함은 이날 오후 5시30분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30진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했다.


작전은 왕건함 함장인 황종서 대령의 1차 판단으로 이뤄진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한국 선박이 수송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적대세력 공격 징후 등 위협 요소가 식별되면 합참에서 청해부대를 작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해부대 왕건함은 기존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의 해적 퇴치 및 선박 호송 임무와 병행해 확대된 작전구역에서 추가 임무를 수행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 선박만을 호송한다"고 말했다. 다만, IMSC 요청이 올 경우 "청해부대는 능력과 제한사항 범주 내에서만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왕건함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 임무 수행에 대비해 어뢰 등 대잠무기와 무인기 및 항공기 위협에 대비한 대공무기, 수중 위협에 대응해 음파탐지 센서 등을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호전될 때까지"라며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를 ‘한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대된 임무가 언제 끝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국방부는 이번 청해부대 임무 확대 결정이 국회 동의 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파견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라고 했지만, 동의안에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까지 포함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지역에 우리 군을 파병하는 것은 정권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독자 파병' 형태로 결정을 내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결단으로 읽힌다.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을 앞세워 파병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미국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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