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경제= 장주희 기자] 최근 실적 악화에 따른 긴축 경영에 돌입한 남양유업이 오너 홍원식 회장의 ‘연봉 잔치’를 벌려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오너가 호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나주공장에서는 대규모 실직이 예고 됐고, 일부 임직원들에게는 상여반납과 함께 급여 반납동의서도 요구하는 등 오너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 지적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경영합리화 조치의 하나로 이달부터 나주공장 포장 공정을 세종공장으로 이전하기 시작해 6월 이전을 마무리한다. 포장 공정에서 일했던 계약직 34명은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다.
현재 남양유업은 1조원 가까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비상경영을 이유로 최근 팀장급 이상 관리자직급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급여 반납동의서를 받고 있다. 급여 반납동의서는 이달부터 12월까지 9개월 간 월 상여의 30%와 하계 휴가비 50% 등을 회사에 반납하는 내용이다.
경영 활동을 위한 필요 경비를 제외한 기타 소모성 경비 지출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비 축소안도 공고한 상태다.
영업 부서의 업무추진식대를 줄이고 기존에 지급하던 업무회의식대와 차량유지비는 없애기로 했다. 공장 직원들의 복리후생비통신비 등도 줄였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홍 회장이 회사로부터 수령한 총 연봉은 16억1991만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오히려 60만원 오른 금액이다. 또 2009년부터 논란이 되어온 홍원식 회장의 노모인 지종숙씨의 등기임원 등재도 계속되고 있다.
지종숙씨는 올해 91세의 고령으로 실질적인 경영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남양유업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3억5794만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남양유업 영업이익은 4억1735만원으로 전년(85억8740만원)대비 9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308억원으로 4.7% 줄었다. 반면 이익잉여금은 같은 기간 2.6% 늘었다. 부동산 매각 이익 등 매각예정비유동자산 처분이익으로 기타 영업외수익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중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오너로서 스스로 변화를 다짐하며, 임직원들에게도 남양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100여 일이 지난 현재 일각에서는 회의적 방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홍원식 회장이 직원들에게 한 약속은 이미 빛이 바랬다”며 “오너일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경영위기는 오너와 경영진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직원에게는 긴축경영을 실시하면서 동참을 요구하면서 오너는 연봉잔치를 했다는 점에 분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원식 회장도 이번에 직원들과 함께 상여금과 휴가비 반납에 동참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삭감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또 “노모인 지종숙씨의 경우 등기임원이 아닌 비상임 이라 따로 급여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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