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측 “구속영장 청구 강한 유감...수사심의위 신청 무력화”
1년7개월 수사기록 '20만쪽'…수사의 성패 가를 분수령 전망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구속 심사를 받는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구속 여부는 8일 밤 늦게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원 부장판사가 심사한다.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날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입장하는 이 부회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604/p179566265258906_750.jpg)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던 터라 이날 검찰의 전격적인 구속영장 신청에 이 부회장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유감을 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회장 등 3명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삼성그룹 관계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사건관계인은 해당 검찰청 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꾸려 안건을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으로 올릴지 결정한다.
심의위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며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평가한다.
이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기소나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검찰이 아닌 외부전문가들의 손에 맡겨 받아보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 부회장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전망이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지시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 부회장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수사 쟁점. [그래픽= 연합뉴스]](/news/data/20200604/p179566265258906_244.jpg)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심의위 절차를 통해 사건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사건을 처분했다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부의심의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2015년 5월 이사회의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동시에 부양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의혹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영장 발부 여부가 1년 7개월간 계속된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의혹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영장 발부 여부가 1년 7개월간 계속된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사팀은 각각 150쪽 안팎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 혐의를 적고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각각 수백 쪽의 의견서에 별도로 담았다. 법원에 함께 제출한 수사기록은 400권 20만쪽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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