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38명 사망 "우레탄 작업 도중 유증기 폭발 추정"...샌드위치 패널도 피해 키워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4-30 02:40:28
  • -
  • +
  • 인쇄
동시다발 우레탄 작업·연쇄폭발·순식간에 뒤덮은 유독가스'
지상 2층서 18명 사망...""대피할 겨를 없이 질식 상태 빠져"
가연성 소재 가득한 곳서 작업...이천 냉동창고 화재 복사판
최근 10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어 두번째 큰 인명피해
경찰, 수사본부 편성해 소방·건축·전기 위반사항 집중 조사
대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적극 대응…"실시간 지휘·지원"
정부, 12개 관계부처 합동 ‘범정부 현장수습지원단’ 가동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황금연휴를 앞둔 29일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폭발한 대형 화마로 최소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화재는 2018년 1월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종병원 화재 당시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세 동의 일반 철골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 중 B동에서 발생했으며,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1만여㎡ 규모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이었다. 냉동·냉장창고 용도 물류창고로 올해 6월 30일 완공을 두 달 앞두고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 연합뉴스]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불은 이날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폭발과 함께 지하에서 시작한 불이 치솟으면서 지상 4층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퍼지며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이후 진화작업에 나서 화재 발생 5시간여만인 오후 6시 42분에 화재를 완전 진화했다. 불이 진화된 뒤 본격적인 인명수색이 진행됐다. 화재진압 작업에는 소방인력 410명, 소방차량 123대가 투입됐다.


물류창고 화재 이천시 대책본부는 이날 밤 11시30분께 진행한 긴급 브리핑에서 “인명피해 48명 중 사망자는 38명이며 중상은 8명, 경상은 2명”이라며,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과 소방이 합동 조사 중이며 내일 (국과수·소방이) 정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층에서 사망자가 나왔지만 특히 2층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지하 2층 4명, 지하 1층 4명, 지상 1층 4명, 지상 2층 18명, 지상 3층 4명, 지상 4층에서 4명이 수습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현장도. [사진=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사망자들이 각 층의 한 곳에서 발견된 점에 비춰 대피할 겨를도 없이 작업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인 모를 이유로 폭발이 먼저 일어났고 이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도 화재 당시 최소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건물 안에는 모두 78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근로자는 모두 연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곳에서는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9개 업체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화재진압 상황과 실종자 추가 수색과 관련해서는 “일단 화재는 초진은 됐는데 밑에 있는 잔불들이 남아 있어 그것을 혜쳐서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며 “실종자는 없는 것으로 1차 확인됐지만 계속 수색하고 내일 날이 밝으면 정밀 수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처참하게 드러난 화재 현장. [사진=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다가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 2층서 우레탄 마감재 작업도중 폭발이 일어났고 우레탄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했으며 폭발적으로 연소가 일어났을 가능성이다.


서승현 이천소방서장은 “우레탄 작업을 하면 유증기가 발생을 하는데 이때 어떤 화원에 의해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서로 다른 재료를 샌드위치 형태로 겹쳐 접착하는 방식으로, 스티로폼은 유독가스를 배출하고 철제 재질은 불쏘시개 역할을 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용접 작업이 이뤄졌다는 진술도 나와 우레탄 작업으로 발생한 유증기가 용접에 사용되는 불꽃과 만나 폭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는 “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근로자가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과정에서 용접을 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불꽃작업을 할 경우 소화기구를 비치하고 불티 비산방지덮개나 용접방화포 등 불티가 튀는 것을 막는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화재 발생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형 화재 발생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소방당국 관계자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 및 연기 발생으로 근로자들이 탈출 시간을 상실했기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사망자들의 옷이 모두 탄 사례가 많아 연소가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엄청난 유독가스가 뿜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냉동창고 내부에 차 있던 유증기에 작업 도중 발생한 불티가 옮아붙어 연쇄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과 유독가스가 번져 다수의 근로자들이 변을 당했다.


여기에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경찰은 12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이번 화재의 원인은 물론 이러한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화재 원인 조사 등을 위한 1차 현장감식은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다. 경찰 외에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5개 기관 41명이 현장감식에 참여한다.


대검찰청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사당국과 실시간 지휘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검은 이날 사고 이후 형사부를 중심으로 사고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검찰청인 수원지검 및 수원지검 여주지청 사이에 연락 체계를 구축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경찰 및 소방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사상자 구조, 변사체 검시, 장례 절차 등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경기 이천시는 이날 엄태준 시장을 본부장으로 30명 규모의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번 화재사고를 신속하게 수습하기 위해 이천시청에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수습지원단은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가동됐으며 현장 수습에 필요한 관계부처 협업 지원, 응급의료 인적·물적 자원 지원, 피해자 심리 및 생계 지원, 장례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수습지원단은 행안부 국장을 단장으로 운영총괄반, 현장감식·검안반, 의료·장례·구호 지원반, 부처협업반, 언론지원반 등 5개 실무반으로 구성됐다.


참여 인원은 행안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외교부, 경찰청, 소방청 등 12개 관계부처 소속직원 30명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컴투스, ‘더 스타라이트’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1위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컴투스는 ‘더 스타라이트’가 정식 서비스 시작 후 하루 만에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게임 1위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더 스타라이트’는 19일 오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순위 정상,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출시와 동시에 인기 게임 순위 3위에 오르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

하나은행,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출시
[메가경제=최정환 기자] 하나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대응해 원금은 보장하면서도 정기예금 이상의 높은 수익실현 기회를 제공하는 '지수플러스 정기예금'을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지수플러스 정기예금(ELD, Equity Linked Deposit)은 주가지수연동 예금으로 상품의 수익률이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서 결정된다. 중도해지를 하지 않

3

항공보안학회, 2025년도 제2차 항공보안포럼 개최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한국항공보안학회는 19일 ‘항공안전보안 R&D 추진전략 및 항공기내보안 강화방안’을 주제로 2025년도 제2차 항공보안포럼을 일산 킨텍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했다. 포럼 시작에 앞서 학회는 종합미디어 산업분야 선도기업인 엠트리홀딩스와 항공보안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제1부 개회식은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박종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