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대주교, 한국 성직자 사상 첫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추기경 서임 확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3 02: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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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사제·신자들에게 서한 “교황 장관직 제안에 망치로 머리 맞은 듯 멍해”
문대통령, 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 축전..."교황 방북으로 한반도 평화 기여할 수 있길"

한국 성직자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인 교황청의 행정부처 장관에 사상 처음으로 발탁됐다.

천주교대전교구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오후 7시(로마시각 낮 12시) 교황청 공보를 통해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70)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며 대주교로 승품시켰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장관 직은 물론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세계 교회 안에서 한국천주교회의 달라진 위상과 성장을 대변하는 일로 여겨진다.
 

▲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12일 오후 세종시 반곡동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 관련한 소감을 발표한 뒤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세종=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교황청 주요 행정부처 장관에 아시아 출신 성직자를 기용한 것은 2019년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4)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때문에 유 대주교 임명에 대해 교황청 안팎에서는 '파격 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성직자성 장관 임명으로 유 대주교는 이변이 없는 한 교계제도의 정점인 추기경에 서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Congregations) 장관은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된다. 현재도 모든 성의 장관을 추기경이 맡고 있다.


유 대주교는 이날 교구 홈페이지에 올린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에게 전하는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부족한 저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저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 자신도 이해하기 매우 힘들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로 살기 위하여 '예'라는 대답을 드려야 함이 올바른 자세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님을 직접 보좌하는 교황청의 장관 직무는 한국인 성직자에게 처음 주어지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교황님께서는 한국천주교회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며,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의 후예답게 주어진 소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이 서한에서 그간의 임명 경과를 설명했다. 지난 4월 17일 교황청 교황 집무실을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가 주교님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니, 이곳 로마에 와서 나와 함께 살면서 교황청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 좋겠다"며 장관직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 대주교는 “귀를 의심하면서 저는 여러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아시아의 작은 교구 주교”라며 사양의 뜻을 전했으나 교황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교님에 관한 의견을 듣고 기도 가운데 식별하였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주교님은 항상 사제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으며 주교들 사이에 친교를 가져오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교황청은 주교님께서 지니신 특유의 미소와 함께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친교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청에는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인데 아시아 출신 장관은 한 분뿐이다”며 “주교님은 전 세계 보편교회에 매우 중요한 아시아 대륙 출신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황은 이어 유 대주교에게 비밀유지와 함께 한국으로 떠나기 전 답을 달라는 요청도 했다.

유 대주교는 교황의 장관직 제안을 받은 뒤 상황을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자세였다"고 떠올렸다.

이후 약속한 시간에 교황 숙소의 서재로 가서 40분 동안 마주 앉아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예’라는 대답을 기쁘게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교황은 “꼭 비밀을 지키며 교구와 한국에서 모든 일을 잘 정리한 후에 로마에서 기쁘게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오른쪽)이 12일 천주교 세종시 대구교구청에서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유 대주교가 장관직을 수행할 교황청 성직자성(Congregation for the Clergy)은 50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행정 부처다.성직자성은 전 세계 총 50만 명을 헤아리는 사제와 부제의 직무·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다.

성직자들의 생활·규율·권리·의무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사목 직무의 효과적인 수행을 지원하고,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 관리·감독의 책무도 맡는다.

로마가톨릭교회 운영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역대 장관들은 대체로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독식해왔다. 이제 물러나게 될 성직자성 장관도 이탈리아 출신의 베니아미노 스텔라(80) 추기경이다.

올해가 한국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 희년이라는 점에서 교황청 주요 부처의 첫 한국인 장관 서임의 감회는 더욱 남다르다.

일각에서는 대북 사업에 경험이 많은 유 대주교가 교황을 연결고리로 남북 관계 개선에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 신임 장관 대주교는 1951년 11월 17일 태어나 1979년 12월 8일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유 대주교는 대건고를 거쳐 가톨릭대 2년 수료 뒤 군복무를 마치고 로마로 유학을 떠나 라테란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고 1983년 라테란대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주교좌 대흥동본당 수석 보좌를 시작으로 솔뫼 피정의 집 관장, 대전가톨릭교육회관장, 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대전가톨릭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6월 교구의 승계권 있는 부교구장 주교에 임명돼 그해 8월 주교품을 받았다.

이어 2003년 10월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제8차 정기총회 주교대표, 대전교구 유지재단 이사장,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2005년 4월 대전교구장직을 승계했다.

2005년 4월 사회복지법인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이사장이 됐고, 2005년 9월에는 북한을 방문해 씨감자 무균 배양 시설 축복식을 주례했고 이후 3차례 더 방북 했다.

이어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주교회의 상임위원,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거쳤고, 2018년 10월에 교황 초청 대의원으로 제15차 세계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유 대주교는, 현재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주교회의 서기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상임이사,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 담당 주교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주교를 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과 대주교에 서임한 것에 대한 축전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차 방문 중인 영국 현지에서 축전의 내용을 직접 수정했으며,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을 세종시 교구청으로 보내 축전을 직접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축전을 받은 유 대주교는 "정성스런 축하와 축전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저의 서임은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뜻깊게 보내고 있는 때에 일어난 엄청난 일이므로 한국 천주교회 순교자들께서 쌓아올리신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북한 방문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져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 “지난 4월 17일 교황 알현 시 북한 방문을 적극적으로 말씀드렸고 교황께서도 흔쾌한 응답을 주신 바 있다”고 설명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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