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동-설원량-설윤석 오너가 3대 영욕...호반과 시너지 기대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국내 전선업계 2위이자 국내 최초 전선업체인 대한전선이 영욕의 세월을 거쳐 호반그룹으로 넘어간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지난 29일 주식회사 니케와 대한전선 지분 40%를 약 2518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매매가격은 735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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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전선 당진공장 [사진=연합뉴스] |
니케는 국내 사모펀드인 IMM이 지난 2015년 대한전선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번 계약을 통해 주식 전량을 호반산업에 넘긴다. 최종 인수는 오는 5월 말 예정이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보유한 14.03% 지분은 이번 인수 계약에서 제외됐다.
호반그룹은 이번 인수전에서 세아상역, 태림, 인디에프 등을 계열사로 둔 글로벌세아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에 따르면, 호반그룹의 이번 인수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결정이다.
IMM은 대한전선 인수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신주 발행가액 500원에 총 30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71%를 확보했다.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40%까지 낮아졌다.
대한전선은 비운의 회사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다. 지난 1955년 창업주인 설경동 회장이 설립한 이후 2008년까지 국가 전력 인프라 사업을 본업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면서 54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는 알짜 회사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서더니 2007년 글로벌 2위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에 지분 투자를 감행하며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무리한 투자를 진행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자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접어들었고, 이자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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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반 CI |
오너가에도 불운이 찾아왔다. 2004년 오너 2세인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뇌출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부인인 양귀애 여사와 장남 설윤석 씨가 준비 없이 경영에 참여해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리 자산을 팔아치워도 재무구조 개선이 요원했다.
결국 자본잠식 위기로 2012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이듬해인 2013년 10월에는 오너 3세 설윤석 사장도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고 회사를 떠나면서 3대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IMM 인수 이후 비핵심자산 매각과 함께 꾸준히 차입금을 갚아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고수익 제품인 초고압 케이블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자 재무구조가 탄탄하게 잡혀갔다. 인수 후 3년 7개월 만인 2015년 10월에는 자율협약도 졸업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5968억 원, 영업이익 567억 원을 기록해 10여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는 약 1조 12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1위인 LS전선과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지만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는 동시에 해저 케이블 등 신사업 진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해외 건설 인프라 시장이 풍부한 유동성으로 당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업이 본업인 호반그룹은 국내 시장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번 대한전선 인수를 통해 해외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한 턴키(turn-key) 수주에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양사간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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