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220.94 "2년 2개월만에 최저:…환율 1430원 "13년6개월 만에 최고"
코스닥 5% 폭락해 700선 붕괴…국고채 금리 20∼30bp대 폭등
영국 파운드화 역대 최저…위안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에 영향
지난 주말 이어진 미국과 유럽발 악재가 국내 금융시장을 짓누르며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바닥이 어딘지, 원/달러 환율은 지붕이 어딘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 하루였다.
검은 월요일은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증시에서 일어났던 주가 대폭락을 말한다. 월요일 증시가 폭락할 경우 자주 회자되는 표현이다.
26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 5% 폭락했고 계속된 강달러에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했다. 국고채 금리도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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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하며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69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7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2년 3개월여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0원 넘게 급등하며 13년 반 만에 1,430원대까지 오른 채 마감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
이날 하루 코스피 시가총액은 54조4천억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16조6천억원 각각 감소해 증시에서 시총 약 71조원이 증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가파른 ‘킹달러’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겹치며 우리 증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당장 단행된 자이언트 스텝보다 더 무섭게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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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아시아 주요 증시 하락률. [그래픽=연합뉴스] |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금리 인상을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조기 정책 완화는 없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발언 여파로 26일 뉴욕증시에서도 3대 지수가 모두 3%대의 낙폭을 보이며 추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감했다. 낙폭은 지난 6월 13일(-3.52%)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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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
종가 기준으로 연저점 경신은 물론 지난 2020년 7월 27일(2217.86)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급락했다. 장중에는 2215.36까지 밀리며 장중 기준으로도 2020년 7월 27일(2203.48) 이후 최저치였다.
코스피는 지난 주말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 등에 따른 해외 증시 급락으로 하락 출발한 뒤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원화 가치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 매도세를 확대하며 3%대의 낙폭으로 마감했다.이달 들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저가 매수를 이어가던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 투매에 나섰다.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와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 등 유럽발 악재도 이날 투자심리를 한층 더 위축시켰다.
일단 시장 내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코스피가 2200선에서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하지만, 코스피가 이보다 더 저점을 낮춰 2100 수준은 물론 2000안팎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OMC 금리 인상 여파로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과 내년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서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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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6.99포인트(5.07%) 내린 692.3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의 700선 아래 마감은 지난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2년 3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은 미국 기술주인 나스닥 급락으로 하락 출발한 뒤 원화 급락 등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이 겹치며 낙폭을 크게 확대하며 5%대 급락으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나홀로 킹달러’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22.0원 상승한 1431.3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개장 직후 1420원선을 돌파한 데 이어 1430원선까지 뚫고 상승했다. 오후에는 1434.8원까지 오르며 2거래일 전 기록한 종전 연고점(고가 기준 1413.4원)을 훌쩍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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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
연준이 올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영국의 파운드화 급락까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힘을 잃고 급등했다. 위안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에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라면 단기적으로는 1450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고, 연준의 확연한 기조 변화나 미국 물가 상승률의 뚜렷한 하락세가 보이지 않는다면 장차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에 국고채 금리도 다시 폭등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548%에 장을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2009년 10월 26일 연 4.62%를 기록한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고, 10년물 금리도 연 4.335%로 22.3bp 상승했다. 10년물은 2011년 7월 8일(연 4.34%) 이후 최고 수준이다.
5년물은 37.0bp 상승해 연 4.563%, 2년물은 33.6bp 올라 연 4.516%에 각각 마감했다.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 ‘3고’ 현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푸틴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과 핵사용 불가론으로 유럽발 위기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인상은 전례없는 ‘나홀로 킹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을 가속시키고 국내적으로는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 소비와 수출 부진,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와 자영업자 부담 및 기업 수지의 악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를 현재로선 좀처럼 찾거나 기대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증시에 대한 비관론을 넘어 전세계 경기침체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배경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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