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정진성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예정대로 27일부터 시행된다. 여야가 끝내 5∼49인 사업장에 대한 2년 유예 개정안에 대해 합의점을 못 찾고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 등은 최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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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립 가운데 가 각각 경영계와 노동계 눈치를 보며 막판까지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기업 경영 부담 가중, 줄폐업·도산, 무더기 해고를 경고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유예 전제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을 내걸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가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에 대해 여야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유예가 무산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확대 시행에 따라 법 테두리로 들어온 대상은 83만7000사업장에 종사자는 800만명에 달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적용 유예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입법이 좌절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현장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신속하게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들은 중소 사업주들의 경영 활동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유예 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경영계 입장'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으로 향후 사고 예방 효과보다 범법자 양산과 사업장 폐업, 근로자 실직 등의 부작용만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되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국회는 하루속히 법 적용 유예 연장 방안과 산재 취약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처벌 중심으로 법이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 노출돼 중소 사업주들이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상의는 “이는 우리 민생과 일자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제라도 여야가 다시 중지를 모아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신속히 처리해 중소기업 활력에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0여 중소기업 단체로 이뤄진 중소기업단체협의회도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법 적용 유예를 촉구했다.
반면 양대노총은 이번 확대 시행에 환영 입장을 보였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60% 이상이 발생하는 안전보건 사각지대"라며 "정부와 국회, 사용자 단체는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하는 등 안전보건 의무가 준수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시행을 계기로 더는 사업장 규모로 생명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금 되새기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법이 시행되면 영세 사업장이 다 망할 것처럼 거짓 공포를 조장한 정부와 여당도, 이를 빌미로 정치적 득실만 따진 민주당도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라며"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 사용자 단체와 사업주는 법 시행을 계기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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