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잃으면 K-전기차 주권 상실, 정부 지원 너무 절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중국 저가 공세에 밀려 큰 위기에 놓인 포스코퓨처엠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생존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핵심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생산량이 급감하며 ‘음극재 사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닌, 한국 배터리 산업 전체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9일 포스코퓨처엠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의 세종 ‘음극재’ 2공장은 현재 7500t 규모 생산라인만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의 연간생산량 4만5000톤으로 2022년 가동률은 60%에 달했지만, 15%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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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퓨처엠 [사진=연합뉴스] |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생산량 급감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시장 점유율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음극재를 공급하며 시장을 장악해왔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도 캐즘이지만,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한 영향이 크다”며 “극한의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중국산 음극재와 가격경쟁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10대 배터리 음극재 기업 중 중국 제외하고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위기는 곧 한국 아니 글로벌 음극재 산업 전체의 위기를 의미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며, 나아가 핵심 산업의 공동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포스코퓨처엠과 같은 핵심 소재 기업의 붕괴는 한국 배터리 산업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터리의 핵심소재가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인데 이중 어느 하나도 공급이 중단되면 배터리를 만들수 없다. 국내 유일한 음극재 공급망인 포스코퓨처엠이 생산을 중단하면 우리나라 배터리사들은 음극재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될수 밖에 없다. 중국이 음극재를 무기화하여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밀한 기계에서 핵심 톱니가 빠지면, 결국 전체 순환 공정이 멈추는 이치와도 같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중국에 밀려 고사된다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과거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핵심 부품이나 소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2차전지는 단순한 배터리를 넘어 전기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미래 사회의 핵심 인프라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다. 이러한 핵심 산업의 공급망이 불안정해진다면, 국가 경제 주권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과 가격으로 경쟁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너무나 절실한 형편이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강물이 흘러 대양으로 가듯이, 전기차 시대도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며 “배터리 산업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 정작 우리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이 무너져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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