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프랑스 거장 아니 에르노…"계속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07 10: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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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 프랑스 현대문학 대표작가…"날것 그대로의 인간 내면 파헤쳐"
'페미니스트의 아이콘' 불려…'불법 낙태' 경험 다룬 소설 펴내기도
한림원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에르노 "이란 '히잡 시위' 지지" 밝혀

올해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아니 에르노(82)가 영예를 차지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에르노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며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그의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을 선정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2)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2월5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아니 에르노를 촬영한 사진. [과달라하라 AFP=연합뉴스]

한림원은 “에르노는 그의 글에서 성과 언어, 계급에서의 강한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지는 하나의 삶을 일관적이면서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본다”면서 “그가 위대한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으로 수치심, 굴욕, 질투 혹은 당신이 누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서술하며 계급적 경험의 고통을 드러낼 때 그는 감탄스럽고 지속적인 무언가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dpa 통신은 올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 233명이 심사대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는 에르노가 영예의 수상자가 됐다고 전했다.스웨덴 한림원은 칼 구스타프 3세 국왕이 1786년 설립한 왕립 학술원으로, 1901년부터 2021년까지 114차례에 걸쳐 118명에게 노벨 문학상을 시상해 왔다.

에르노는 119명째 수상자이며, 여성이면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수상자 중에서는 17번째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에르노는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직후 자택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아주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 노벨문학상 수상자. [그래픽=연합뉴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에르노는 스웨덴 SVT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은 “큰 영광인 동시에 큰 책임”이라고 소감을 전하며 책임감은 “세상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태로 증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여성의 자유와 잊혀진 시절에 관해 이야기해 온 에르노의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인 에르노는 계급과 성(gender)과 관련한 개인적 경험에 바탕한 자전적 소설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소신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사회, 역사, 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지난 50년 간 자전적이면서 사회학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 것 그대로의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거침없이 파헤쳐온 그는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이 때론 논란이 되는 문제작을 낳기도 했다.

에르노는 1974년 소설 ‘빈 장롱’으로 데뷔한 이래 현대 프랑스의 사회생활을 들여다보는 가장 미묘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작품들로 간주되는 20편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프랑스 학교 교과서에 수록됐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현재까지 프랑스 사회의 변천을 자신의 60여년 삶과 엮어 조망한 2008년작 ‘세월’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AFP, AP 통신에 따르면, 에르노는 이후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계속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밝힌 에르노는 문학이 “즉각적인 영향”은 주지 못하겠지만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고 다짐했다.

에르노는 또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낙태 경험을 다룬 소설 '사건'을 펴낸 바 있으며 이 책 출간 당시 낙태는 불법이었다.

에르노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 여성이 자유와 권력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란에서 히잡 착용 강요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올해 노벨상은 이날 문학상에 이어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올해 노벨상은 3일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진화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스웨덴)가 선정된 데 이어, 4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알랭 아스페(프랑스), 존 F. 클라우저(미국), 안톤 차일링거(오스트리아) 등 3명이 각각 영예를 차지했다.

이어 5일에는 캐럴린 R. 버토지(56·미국), 모르텐 멜달(68·덴마크), K.배리 샤플리스(81·미국) 등 3명이 화학상 수상자로 수상됐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들어 있는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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