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재판 결과 지켜봐야" 입장 표명 조심스러워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오는 11일 열리는 2심 선고 결과에 따라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최창원 의장이 SK그룹으로부터 독립경영을 하는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SK케미칼을 오랫동안 이끌어 왔고 실질적인 최대 주주로서 도의적인 배상 책임을 져야 햔다고 시민단체들은 촉구하고 있다.
10일 가습기 살균제 유족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오는 11일 목요일 오후 2시 10분께 서울고등법원 서관 제303호 법정에서 거의 만 2년 동안이나 심리했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항소심(사건번호 서울고등법원 2021노134) 선고 공판이 열리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TF 활동 과정에서 각종 자료를 삭제하고, 서울대 흡입 독성 시험 보고서 등을 갖고 있지 않다는 허위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022년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전무), 이광석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 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보다 1년 전 열린 1심에서는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검찰은 불복하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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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원 SK케미칼 전 대표가 자칫 가습기살균제 책임 논란에서 휘말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은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하면서 시작된다. 2001년 옥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시판이 시작됐고, 2004년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2006년 11월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돼왔다.
그러나 2011년 8월 보건복지부는 ‘사용 및 출시 자제 권고’ 내용으로 역학조사결과를 발표했으며, 롯데마트는 해당제품을 당일 전량 회수 및 폐기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30일에는 식약처의 가습기 살균제 의약외품 지정 고시개정안이 공포됐다. 이후 2012년 2월 보건복지부의 1차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됐고, 같은해 7월, 공정위는 옥시, 홈플러스 제품에 허위표시 관련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와 동물 독성실험을 진행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PHMG과 PGH, MCIT 등이 사망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들 물질은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서 가습기 살균제 뿐 아니라, 샴푸, 물티슈 등 여러 가지 제품에 이용된다.
하지만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게 되는 경우는 인체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당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를 221명으로 집계했다. 이중 70여명이 사망했다.
제조업체 측이 살균제 성분의 위험성을 인지했다는 주장도 있다. SK케미칼은 2003년 PHMG의 수출을 위해 호주 정부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PHMG를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에서 PHMG를 판매할 때도 구매업체에 건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도 “흡연하지 마시오”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SK케미칼 주요 임원들이 연루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자료 은폐 재판에서 보고서 제출을 둘러싼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2019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증거 인멸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 위반 등을 심리하는 5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 명단은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전무), 이광석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이었다.
검찰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가습기 살균제 TF 활동을 하면서 각종 자료를 삭제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지난해 1월 환경부 현장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 흡입 독성 시험 보고서 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당시 피고인 측은 “서울대 흡입 독성 시험 보고서의 경우 현장조사표에서 빠져 있다”고 했다.
SK케미칼은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이 끝나기도 전부터 시중에 제품을 판매했고, 추가로 안전성 실험을 거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은닉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정일 전 에스케이케미칼 법무실장(전무)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SK케미칼 임직원 3명에게도 징역 10개월~1년6개월이 선고됐다. 박 전 부사장 등이 회사에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단 이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SK케미칼, 애경산업 임직원 13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전 SK케미칼·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각 금고 5년형 등을 구형했다.
현재 업계 및 피해자들의 관심은 온통 내일(11일) 열리는 항소심에 쏠려있다. 제5형사부가 1심 재판부와 달리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는가 아니면 다시 무죄판결을 내릴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이다.
만일 2심 재판부가 검찰의 의견에 따라 유죄를 선고한다면 가습기 살균제 흡입시의 위험성을 최고 경영자도 인지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경우 자칫 SK케미칼의 실질적 지배자인 최창원 의장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창원 의장은 2006년 12월 SK케미칼 대표를 맡은 뒤 10년이 넘도록 SK케미칼을 독자적으로 경영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 의장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이 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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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대표가 지난 5일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익감시 민권회의] |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는 “도의적 정치적 또는 배상의 책임은 주식회사에 있다. 최창원 의장은 2007년부터 SK케미탈을 이끌었고 또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SK케미칼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예단해 입장을 말하기는 어렵다. 재판 결과와 판결문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메가경제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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