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락 보안 논란, 25조 IoT 시장 '규제 공백' 드러내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3 1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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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1위 로봇청소기, 보안 인증 無…"가정 내 데이터 중국 서버 전송"
해외 IoT 기업 인증률 0%, 자율 제도 한계 명확…의무화 목소리 커져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 중국 브랜드 '로보락'이 한국 IoT 보안 인증을 단 한 건도 받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탑재한 로보락 제품이 가정 내 데이터를 수집해 중국 서버에서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어, 개인정보 유출과 데이터 주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까지 해외 기업 중 IoT 보안 인증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제도적 공백을 지적했다. 

 

▲ 보안인증을 거치지 않은 로봇 청소기 '로보락'이 가정내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할 우려가 커졌다. 

현행 IoT 보안인증제도는 의무가 아닌 자율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증 비용이 600만~2000만원 수준으로 중소기업 부담이 크고, 해외 기업들은 인증 없이도 국내 시장 진출이 가능해 참여 동기가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IoT 생산업체는 3000여 곳에 달하지만, 올해 상반기 인증 신청은 13곳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 인증만으로는 글로벌 IoT 환경에서 데이터 보호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보락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의 점유율은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제품들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처리 방식이다. 로보락은 자사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 "개인정보를 중국에서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수집되는 가정 내부 영상, 음성, 생활 패턴 등의 민감 정보가 국내가 아닌 해외 서버로 전송되는 구조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에 따르면 모든 조직과 공민은 국가정보 업무에 협력해야 한다"며 "로봇청소기나 IP카메라가 촬영한 한국 가정의 영상과 생활패턴이 중국 정부 요청 시 제공될 법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감독 당국의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중국산 로봇청소기 실태점검에 착수했으나, 7개월간 확보한 검사 대상은 3대에 불과했다.

보안 전문가는 "실제 유통되는 수천 대 제품을 확인하기에는 장비와 인력, 권한 모두 제한적"이라며 "표본 점검 결과만으로 시장 전체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oT 기기에 대한 직접적인 실태조사 권한이 없어 현재 한국소비자원이 조사 업무를 대행하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보안 실태조사 권한을 과기부가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시장 규모로 더욱 커진다. 국내 IoT 시장은 올해 약 2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스마트홈, 웨어러블, 헬스케어,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보안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 제품이 보안 검증 없이 대량 유통되면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 업체는 인증 비용을 부담하며 경쟁하는 반면, 해외 기업은 비용 없이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성실하게 인증받는 기업이 오히려 손해"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공정한 규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안 인증 검증에 대해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현재 인증은 자율제도로 운영돼 중소기업에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며 "인센티브 부여와 단계적 의무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IoT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제도적 공백이 지속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 데이터 주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IoT 시장의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의무화와 기술기준 강화, 점검 권한 확대 등 종합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보안 취약점이 사회적 문제로 직결된다”며 “국민 안전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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