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기로 수첩 파쇄하고, PC 포맷하고"...공정위 뒤통수 친 '세아베스틸'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2-17 12:55:42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 송치...공정거래법 개정 후 최초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세아베스틸(대표 김철희, 박준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방해해 검찰에 고발됐다. 이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건 지난 2017년 4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 후 최초 사례다.

공정위는 세아베스틸 소속 직원들이 철스크랩 구매 담합 사건 현장 조사 과정에서 자료 폐기, 은닉, 전산자료 삭제 등 조사 방해 행위를 적발하고, 법인과 소속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방해가 인정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서울=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측은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본사와 군산공장을 대상으로 철스크랩 구매 담합 혐의로 현장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조사 개시 공문과 전산 및 비전산자료 보존 요청서를 제시하면서 해당 부서 소속 임직원들에게 전산 및 비전산 자료를 폐기, 삭제, 은닉, 변경 등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고지했다.

하지만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던 임모 씨는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된 당일 오후 12시 20분 경 자신의 다이어리 1권과 업무수첩 1권을 문서 세단기로 파쇄했고, 철스크랩 관련 업무 서류도 별도 장소에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씨는 당시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자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철스크랩 구매 담합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핵심 조사 대상자였다.

공정위 조사 결과, 그는 이날 오전 10시 52분경 같은 부서 직원으로부터 공정위 현장조사 사실을 전달 받았지만 사내 교육 참석을 이유로 조사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같은 날 오후 12시 20분경 사무실로 복귀해 조사방해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해당 업무수첩과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 업무수첩.다이어리 폐기 증거 사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또한 세아베스틸 측은 업무용 PC 저장장치를 포맷(초기화)해 자료를 삭제하기도 했다.

세아베스틸 소속 직원 강모 씨와 지모 씨는 이날 오전 11시 47분경 내부 직원을 통해 공정위 현장조사 사실과 전산 및 비전산 자료 보존 요청을 전달 받았다.

강 씨와 지 씨는 서울 마포구 소재 본사 경영기획부문 소속 구매1팀장과 팀원으로 각각 재직 중이었으며, 철스크랩 구매 담합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의 후임들로 이들의 업무용 PC는 핵심 조사 대상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현장 조사 개시 다음날인 15일 오전 9시 30분경 전산용역 업체 직원에게 자신들의 업무용 PC 윈도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게 해 PC 내 저장장치가 초기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정위는 업무용 PC를 업데이트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PC 내 저장장치가 초기화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전산업체 직원에게 지시했고, 그 결과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이 해당 PC 내 보관돼 있던 파일의 이름, 생성 시간 등을 확인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정위는 시장의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담합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특히, 조사 방해·거부 행위의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한편, 법 위반 예방을 위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계도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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